부처님을 따라 걷는 길에서 만난 이들
부처님 열반지 쿠시나가르에서 탄생지 네팔 룸비니로 향하는 길, 상월결사 인도순례 31일차를 맞는 3월11일 순례단은 쿠시나가르(Kushnagara)와 룸비니의 중간 마하라즈간지(Maharajganj) 지방을 지나는 중이다. 특히 이날은 쿠시나가르를 벗어나 마하라즈간지에 들어섰다. 24km를 걸어 숙영지가 마련된 곳은 마하라즈간지 지방의 초입 하르푸르의 힌두교사원이다. 순례단이 지나는 곳마다 환영인파가 몰렸고, 주유소와 한 가정이 휴식장소를 내어주기도 했다.

“순례자들의 걷기 순례, 감동 주었다”
새벽 2시30분, 31일차에도 순례단원들은 흐트러짐이 없다. 오히려 회향을 앞두고 긴장의 고삐를 당기는 분위기다. ‘인디아 파우더’라 불리는 흙먼지가 질퍽이는 구간을 지나 첫 휴식지는 주유소. 쿠시나가르 지방의 마지막 머문 자리였다. 처음과 끝이 교차하는 휴식시간, 5일 동안의 쿠시나가르 순례를 함께 했던 경찰 베드프라카스 고스와미(Vedprakahs Goswami)는 마하라즈간지로 넘어가기까지 2km를 남긴 아쉬움을 털어놨다. 마하라즈간지로 넘어가면 그 지역 경찰에 인계하고 작별해야하기 때문.
베드프라카스 씨는 “한국불교 순례단과 5일 동안 함께 하며 ‘손님은 신’이라는 인도의 풍습대로 즐거운 마음이었다”며 “순례단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사실은 인도를 순례라는 거룩한 여정으로 방문해준 순례단에 내가 더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과 직접 대면한 것은 처음이라는 그는 “한국 사람들이 매우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부처님과 함께 길을 걷는 순례자들을 지켜보며 큰 감동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은 우리 인도와 너무 다르지만,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불교 순례단에 다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치안판사 지휘를 받는 토지 관련 공무원(Lake Pal) 아제이 라오(Ajay Rao) 씨도 마지막 휴식처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제이 씨는 “한국에서 온 귀한 손님들이 우리 지역을 벗어난다고 하니 매우 아쉽다”며 “세계평화를 위해 순례하는 분들이기에 흔쾌히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전날 숙영지에도 모습을 드러냈었던 그는 “순례단 전체가 저녁예불을 올리는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짧은 기간 동안 강한 인상을 남긴 한국불교 순례단이 언젠가 인도를 다시 찾아와주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인도 찾은 순례단에 최고 서비스 제공하겠다”
마하라즈간지로 들어서는 지점, 마하라즈간지에서도 수많은 환영객이 순례단을 맞았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티야 프라카스 미스라(Satiya Prakash Mishra) 치안판사와 호위 및 안내를 담당한 경찰, 마을 주민 등 100여명이 마중했다.
순례단의 선두에 선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에게 인사를 올린 사티야 치안판사(Sub Divisional Magistrate)는 “큰스님의 축복을 받았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사티야 치안판사는 “마하라즈간지를 지나는 동안 치안과 안전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기꺼이 지원하겠다”며 “한국불교 순례단이 우리 인도에 찾아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불교 순례단에 대한 인도 정부 차원의 지원 지시가 내려와 있다고 밝힌 사티야 치안판사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사티야 치안판사는 “순례단의 방문을 하루 앞두고 전날 밤까지 중장비를 동원해 길을 닦았고 숙영지 주변과 길거리를 청소했다”며 “네팔 룸비니로 넘어가기 전까지 마하라즈간지의 행정력을 총동원해 순례단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사티야 치안판사는 “인도 정부는 인도-한국 수교 50주년을 맞아 방문한 한국불교 순례단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며 “한국불교 순례단 방문을 계기로 인도와 한국 간 우호가 깊어지고 교류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종교적 열정 놀라워 집마당 기꺼이 내줬다”
마하라즈간지 지방의 환대는 주민들의 뜨거운 반응도 포함돼있다. 자신의 집과 마당을 휴식처로 내주는가 하면 온 마을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환영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삐파라바르만 마을의 자바르(Jhabbar) 씨는 자신의 집을 기꺼이 순례단의 휴식처로 내어준 당사자다. 두 아들과 두 손자까지 모두 나와 순례단을 맞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감사의 의미로 108염주와 단주를 선물했다.
자바르 씨는 “한국에서 온 순례단이 쉴 곳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어제 사전답사팀으로부터 듣고 우리 집마당에서 쉬어가라고 했다”며 “우리 인도에는 손님이 오면 무엇이든 내주는 것이 미덕이기에 집마당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다녀간 것에 대해 전혀 불편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쁘다고도 했다.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자바르 씨는 “부처님이 걸었던 길을 걸어서 순례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종교적 열정에 깜짝 놀랐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온 마을 사람 나와 순례단에 박수 보내
500여m 떨어져 있는 마을에서 순례단이 지나는 길까지 찾아와 환호와 박수, 합장으로 환대하기도 했다.

마하라즈간지로 들어선 뒤 얼마가지 않아 만난 람나가르(Ramnagar) 마을 주민들은 채 어둠이 가지 않은 시간에도 온 마을 사람들이 500m 거리의 길로 나와 순례단을 환영했다. 워낙 시골 마을이어서 외국인을 볼 기회가 없어 한국에서 온 순례단 소식에 모든 마을 사람들이 몰려나온 것. 때묻지 않은 인도인들의 순박함이 묻어났다.
주민들은 순례단이 다 지난 뒤에도 그 자리에 서서 취재진을 향해 “아차(매우 좋다)”를 외쳤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것을 청하며 “한국, 매우 좋다”고 말했다.
앞서 시타라푸르 마을에서 만난 15살의 압헤이 굽트(Abhay Gupt) 군은 “순례단이 우리 마을을 지난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에서 온 불제자라는 걸 원래는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고 웃었다. 압헤이 군은 “새벽 동이 트는 때 떠오르는 해를 향해 새가 날아가는 분위기에 같은 옷을 입고 줄을 맞춰 가는 수행자들의 모습이 매우 멋졌다”며 “이때까지 순례라는 경험을 해본 적은 없으나, 순례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고행 중인 순례단은 우리의 귀한 손님”
3월11일 24km의 순례를 마친 순례단은 하르푸르(Harpur)의 힌두교사원 ‘시우 만디르 마트(Siu Mandir Math)’에 숙영지를 마련했다. 힌두의 신 시바신을 모시는 이 사원의 책임자 마한트(Mahanth)는 프레암 나츠 기리(Pream Nath Giri) 씨. 부처님도 힌두의 신으로 추앙받는 분이기에 한국에서 온 불교 순례자들에게 숙영할 수 있는 자리를 기꺼이 내어줬다. 오히려 “순례자들에게 쉴 자리와 머물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힌두교 성직자에게는 의무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프레암 마한트는 “한국의 순례자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며 “종교적 소통과 대화가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여러 종교가 함께 공존하는 것 또한 우리 인도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국 불자들의 걷는 순례에 솔직히 놀랐다는 프레암 마한트는 “쿠시나가르에서 한국의 스님들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은 스님들을 한꺼번에 마주한 것은 처음”이라며 “고행길에 나선 한국의 수행자들을 우리 사원에서 모실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원에서 머문 인연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길 바라고, 한국불교 순례단의 순례가 원만하게 끝나길 신께 기도하겠다”고도 했다.
인도=박봉영 편집국장 bypar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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