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라에서 하르푸르까지 24km 행선

인도순례단의 등장에 현지 주민들이 꽃가루 뿌리기로 환영을 표시하고 있다.
인도순례단의 등장에 현지 주민들이 꽃가루 뿌리기로 환영을 표시하고 있다.

열반지 쿠시나가라에서 탄생지 룸비니로 향하는 두 번째 날. 순례 31일차다. 망고나무 숲 아래 마련했던 숙영지 세마라에서 하르푸르 까지 가는 24km행선이다. 평소 보다 비교적 짧은 거리를 걸었다. 덕분에 인도 시간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누적 이동거리는 740km다.

새벽 행선길은 전날과 같았다. 부드러운 흙먼지가 깔린, 좁고 울퉁불퉁한 제방길이었다. 순례 시작 후 사람을 가장 적게 만나는 길이었다. 사람이 없어서인지 학교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 공양도 숙영지도 힌두교 사원을 이용했다. 아침 공양 시간 전 두 번의 휴식 중 한 번은 주유소에서, 또 한 번은 개인 집 마당을 신세졌다. 마당을 내 준 주인은 세 아들과 장성한 손자를 둔 마음씨 넉넉한 노인이었다. 회주 자승스님이 감사의 표시로 단주를 주인과 세 아들 손자에게 선물했다.

아침 공양은 떠 오르는 일출을 보며 마을 입구 넓은 공터에서 누룽지로 맞이했다. 옆에는 저수지가 멋진 풍경을 연출했다. 물길을 건너 마을로 들어가는 큰 나무 아래는 한국의 성황당 같은 작은 사당을 모신, 보기에도 풍요로운 마을이었다.

가는 곳 마다 인도인들은 부드러운 얼굴에 넉넉한 웃음, 뜨거운 박수로 한국에서 온 불교 순례단을 환영했다. 힌두교 종교인들도 같은 품과 얼굴로 순례단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31일차 숙영지 힌두교 사당은 깨끗한 시설에 시원한 저수지와 볕을 가리는 나무가 있어 오랜 도보에 지친 순례단에게 편안한 휴식을 선물했다. 순례단은 박수로 이들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한편, 전날 세마라 숙영지에서는 지역 주민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저녁 예불을 봉행했다. 젖먹이 아기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와 아이들 청년 노인 등 숙영지는 물론 인근 마을 까지 전 주민이 나온 듯 했다. 힌디어 통역을 통해 한국불자들이 인도와 한국민들의 안녕과 양국 친선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린다는 내용이 주민들에게 전달돼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전날 숙영지 저녁 예불 모습과 31일차 행선 이모저모를 사진으로 담았다.
 

저녁 예불에 나온 아이들.
저녁 예불에 나온 아이들.
저녁 예불을 지켜보는 아이들.
저녁 예불을 지켜보는 아이들.
저녁 예불을 참관하는 주민들.
저녁 예불을 참관하는 주민들.
저녁예불을 지켜보는 주민들.
저녁예불을 지켜보는 주민들.
저녁예불 후 주민들과 함께 기념사진.
저녁예불 후 주민들과 함께 기념사진.
이제 스님들도 주민들과 서스럼 없이 어울린다.
이제 스님들도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31일차 쉬탈리푸르 마을에서 일출을 맞으며 아침 공양.
31일차 쉬탈리푸르 마을에서 일출을 맞으며 아침 공양.
간절한 기도.
간절한 기도.
간절한 기도.
간절한 기도.
새벽 행선 길 쉬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벽 행선 길 쉬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충래 8조 조장님도 바닥에 앉아.
정충래 8조 조장님도 바닥에 앉아.
간절한 기도.
간절한 기도.
간절한 기도.
간절한 기도.
간절한 기도.
간절한 기도.
공양전 공양게는 필수.
공양전 공양게는 필수.
노스님도 바닥에 앉아.
노스님도 바닥에 앉아.
동명스님의 아침 공양.
동명스님의 아침 공양.
들꽃이 활짝핀 들길을 가는 순례단.
들꽃이 활짝핀 들길을 가는 순례단.
룸비니로 향하는 순례단.
룸비니로 향하는 순례단.
불상 이운.
불상 이운.

 

■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원을 소개합니다

제3조 비구스님 조

3조 대중이 한 자리에 모였다.
3조 대중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성지가 파손되고 관리가 안되는 것 조차 불교 교리에 비춰보면 받아들이되 불법은 크게 일으켜야한다는 견해, 인도인들의 비참한 삶에 대한 분노 한탄, 평생 가야 한 번 생기기 힘든 ‘심장이 뛰어서’, 혹은 그냥 순례가 좋아서 등 다양한 참가 동기와 소감이 나왔다. 보원스님(봉선사 교구) 처럼 “다른 종교나 일본 시코쿠 순례길처럼 순례길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참가 하게 되었다”는 스님도 있었다. 동기와 소감은 다양하지만 3조 역시 앞의 다른 조와 마찬가지로 결국 자기 책임으로 돌아갔다. 수행에 매진하고, 나누고 베푸는 자비행을 하겠다는 원력을 세우고 부처님에 대해 더 공부를 하겠다는 스님도 있었다.
 

법원스님
법원스님

조장 법원스님(중앙종회 부의장)
스님들에게 참가 동기 묻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종교인에게 성지 순례는 최고의 수행이다. 저도 그래서 성지 순례에 참가했다. 인도 현지인들의 환대는 이번 성지 순례의 최대 성과다. 버스를 타고 순례하면 적선을 원하는 인도인들만 보인다. 격려 환호는 인도 고유의 문화로, 관광객이나 버스를 타고 오는 순례자들은 경험할 수 없다. 도보 순례로만 느끼는 소중한 경험이다. 이는 부처님 태어나신 나라여서 수행자를 존중하는 고유한 문화가 있어서다. 이런 문화가 있기 때문에 순례 코스를 개발한다면 세계에 확산하고 각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보원스님
보원스님
밀엄스님
밀엄스님

밀엄스님(월정사)
출가해서 처음이자 마지막 버킷 리스트다. 죽는 날, 이번 43일 인도 도보순례가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고 회상하며 죽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함이 좋다. 인도인들의 환대와 대접을 보며 서로 신기하게 쳐다보는 것이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느낌을 받았다.
 

법정스님
법정스님

법정스님(포교원 포교국장)
출가 후 인도와 인연이 없었다. 상월선원에서 성지를 간다고 해서 마음이 설렜다. 내년이면 출가 25년차다. 신심이 많이 떨어져 있어 성지를 다니면서 재발심 해보자는 원력을 갖고 참가했다. 도보 순례를 통해 환희심이 일어나고 신심이 충만해졌다. 초기 경전 공부를 더 해야겠다 생각했다. 인도 현지 가이드보다 부처님에 대해 알지 못해 부끄러웠다. 인연이 돼서 다시 온다면 부처님에 대해 공부를 해서 많이 알리고 싶다.
 

지불스님
지불스님

지불스님(전등사)
부처님처럼 길에서 자고 먹고 한다는 내용이 좋아서 참가하고 싶었다. 그런데 국내 도보순례를 참가하지 못해서 자격이 없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사정을 하고 부탁해서 어렵게 참석할 수 있었다. 열악한 상황을 접하며 많이 단순해지고 순응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은 것 같다. 카쿠타 강에서 회주 스님은 강에 손도 씻고 다른 스님도 세수도 하던데 저는 강물에 다른 것들이 떠 있는 것을 보고 손도 못 담궜다. 아직 분별심을 못 버렸구나 생각했다.
 

덕현스님
덕현스님

덕현스님(석왕사 주지)
KBS에서 라사까지 오체투지 하며 가는 ‘순례’ 프로그램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 상월선원 회주 스님께서 순례를 만들어 인도에 오게 됐다. 부처님 성지를 두 발로 걷는다 생각하니 심장이 뛰었다. 세상에 심장 뛸 일 없는데, 심장 뛰는 일은 해야 한다. 인도 종교인이 0.7%라고 하는데 이 숫자는 상상하기 힘들다. 한국도 불자를 비롯해서 종교를 믿는 사람이 줄어드는데 수행자들의 책임이 무겁다고 본다. 순례를 하면서 전법행자가 되는 수행자가 되어야겠다. 한국에서 불교가 쇠락하지 않도록 열심히 전법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선지스님
선지스님

선지스님(영천 죽림사)
그동안 인도 성지순례를 많이 했지만 해소하지 못한 갈증이 있었다. 도보 순례 기회가 주어져서 참가하게 됐다. 상월결사 정신이 이어져 하나하나 준비가 잘 됐다. 부처님과 아라한 제자들처럼 이끄는 회주 스님은 부처님 화신이고 순례 대중은 아라한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과 환희다. 상월결사 순례는 평등 정신의 실현이라고 본다. 종단에서 공적 소임을 맡거나 법납 세납이 많은 분들도 똑같이 걷고 먹고 자며 재가불자들도 함께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서 재가불자들을 더 잘 챙기고 지역사회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허허스님
허허스님

허허스님(범어사 말사 성조암)
부처님께서 무엇 때문에 출가했나 확인하고 싶어서 왔다. 지저분하다 해서 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한국불교 중흥결사라고 해서 왔다. 인도 사람들을 보면서 이렇게 어렵게 사는 중생을 다 구제하셨으면 더 환희심이 들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도 했다. 처음에는 감격스러웠다. 과연 부처님 나라 구나 감탄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슬픔으로 변했다. 지금까지 악몽을 꾸는 듯하다. 주민들 생활을 보며 이것은 아니다. 밥맛도 없고 한국 가서도 괴로울 듯하다. 한국 불자들은 부처님 법 만나서 호의호식하는데 부처님 태어나신 곳에 사는 중생들은 과연 동시대를 살아가는 중생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무엇을 출가 목표로 삼을 것인가 항상 생각하는데 인도인의 삶을 보면서 중생구제 서원을 떠올렸다. 불교를 떠나서 종교인이라면 어둡고 힘든 곳을 찾아가야 한다. 내가 먼저 스스로 찾아가야겠다. 인도에서 본 것을 죽는 날까지 가슴에 담아 나누고 베푸는 수행자로 살아야겠다.
 

현해스님
현해스님

현해스님(보광사 대중)
성지순례는 처음이다. 소임 사느라 선원 입방, 공부 등으로 늘 미루고 언젠가 가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공고를 보고 참가했다. 아주 잘했다 생각한다. 부처님 성지를 돌면서 제자 입장에서는 성지 관리가 제대로 안된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상에 집착 말고 불법에 의지하라는 불법에 따르면 성지의 형상은 무상(無常)의 도리에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불법은 융성해야한다. 불법이 융성케 하려면 수행하는 풍토를 만들어야한다. 나도 더 수행 정진에 매진하고 전 세계인들이 수행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인연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펼치겠다.
 

제민스님
제민스님

제민스님(강화 적석사 주지)
20여년 전 인도에 처음 온 뒤 그동안 10여 차례 왔다. 처음 왔을 때는 출가 뒤 마음이 복잡해서 8대 성지를 왔다가 마하보디 대탑 앞에서 참배하기 위해 줄 섰는데, 내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밀물 밀려오듯 왔다가 갔다. 우리나라는 뭐 하나 생각했다. 더 좋은 절, 더 훌륭한 스님이 많은데 우리에게는 왜 이런 절이 없나 라는 의문을 가졌다. 불교 중흥의 동기를 나 스스로 부여해야겠다 생각하던 차에 마음의 불을 지피는 계기가 삼보사찰 천리순례였다. 종교인으로서 오직 내가 해야 할 일은 부처님 제자, 부처님 자식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홍포하는 일 밖에 없다. 그것이 결실을 잘 맺는다면 자비정신이 구현되고 세계평화 국민화합이 될 것이다. 그래서 불교 중흥을 마음에 두고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한 발 두 발 걸었다. 순전히 도반 덕분에 여기까지 잘 왔다. 원만 회향하도록 노력하겠다. 쿠시나가르 입멸 성지까지 등산화 워킹화 신고, 세끼 먹으면서 잘 자고 걸어 왔는데, 부처님께서는 생명 유지할 정도로 한 끼만 드시고 맨발이셨다. 여기 오실 때는 몹시 편찮으셨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 걸음 한 걸음 얼마나 깊었을까? 그 깊이를 어떻게 하면 느낄 수 있을까? 내게 숙제가 됐다.

인도=박부영 선임기자 chisan@ibulgyo.com
사진=박봉영 편집국장 bypark@ibulgyo.com

 

불편한 길 조심스럽게.
불편한 길 조심스럽게.
불편한 몸 견디며 오늘도 완주 현조스님.
불편한 몸 견디며 오늘도 완주 현조스님.
순례단 행렬.
순례단 행렬.
아침 공양 후 행선, 오늘은 우바이 우바새가 선두에 서서.
아침 공양 후 행선, 오늘은 우바이 우바새가 선두에 서서.
아침 공양 후 행선.
아침 공양 후 행선.
아침 메뉴.
아침 메뉴.
아침공양
아침공양
아침공양을 멀리서 지켜보는 인도 아낙들.
아침공양을 멀리서 지켜보는 인도 아낙들.
안녕 애들아 나마스떼.
안녕 애들아 나마스떼.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우바이들의 행선.
우바이들의 행선.
웰컴, 주민들의 환영인사.
웰컴, 주민들의 환영인사.
일출을 맞으며 이태경 7조 조장.
일출을 맞으며 이태경 7조 조장.
주민들 환영 받으며 숙영지로 들어오는 순례단.
주민들 환영 받으며 숙영지로 들어오는 순례단.
중앙신도회장님도 바닥에서.
중앙신도회장님도 바닥에서.
합장 호산스님.
합장 호산스님.
합장인사하는 탄하스님.
합장인사하는 탄하스님.
합장하며 행선하는 호산스님.
합장하며 행선하는 호산스님.
해뜨는 아침 행선.
해뜨는 아침 행선.
행선길.
행선길.
환영에 답하는 동명스님.
환영에 답하는 동명스님.
휴식.
휴식.

인도=박부영 선임기자 chisan@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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