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일차를 맞는 부처님의 전법의 길을 따르는 순례, 7일을 남겨두고 있다. 숭고한 뜻을 지닌 순례라도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 힘든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은 굳은 신심과 원력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전법의 길’을 걷는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걷는 길은 대부분 시골을 지나는 길이다. 외국인을 한번도 본적 없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순례단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걷는 길은 대부분 시골을 지나는 길이다. 외국인을 한번도 본적 없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순례단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걷는 길은 대부분 시골을 지나는 길이다. 외국인을 한번도 본적 없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순례단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길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한결 같은 답은 “아차라다”다. 매우 좋다는 의미의 아차라다를 말하지 않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질서정연한 한국 순례단 본받고 싶다”

3월16일, 빛이라고는 순례단원들이 밝힌 랜턴의 불빛 외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새벽길을 나섰다. 오로지 스스로 밝힌 빛과 함께 걷는 순례대중을 의지해 걸어야 한다. 이날 걸어야 할 거리는 26km. 첫 휴식지는 5.5km 지점이다. 들판 너머로 보이던 불빛, 그 곳이 첫 휴식지였다. 길 한켠 공터에 마련되는 휴식지와 달리 잘 꾸며져 있었다.

"손님은 신" 순례단 맞이한 수레스 쿠마르 씨.

이 장소를 준비한 것은 수레스 쿠마르(Suresh Kumar) 씨. 이 지역 시다르트 라가푸르의 한 구역 개발을 총괄하는 공무원이다. 카필라바스투와 6km 떨어진 이 지역은 지역개발이 한창이었다. 쿠마르 씨는 “종교적 신념을 위해 걸어서 순례를 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을텐데도 장기간 순례를 이어오고 있는데 대해 존경심을 표한다”며 “신을 모시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했다.

순례단이 머물러 가는 시간은 15분에 지나지 않지만, 먹을거리와 앉을 자리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준비했다. 쿠마르 씨는 “부처님 성지를 걷는 한국의 순례단이 정말 질서정연하고도 엄숙하게 순례를 하는 모습은 본받아 마땅하다”며 “외국의 순례단이 우리 지역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대열이 흐트러지거나 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등 성지를 순례하는 순례단으로서의 위의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열이 흐트러지거나 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등 성지를 순례하는 순례단으로서의 위의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열이 흐트러지거나 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등 성지를 순례하는 순례단으로서의 위의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찍 알았더라면 공양물 준비했을텐데…”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순례단 행렬은 인도인들에게 신기한 구경거리다. 특히나 외국인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골마을은 모든 사람들이 나와 순례단을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이날도 날이 밝자, 순례단을 기다리는 마시나(MAshina) 마을의 주민들은 순례단을 박수로 맞았다. 순례단이 이 마을을 지난다는 소식은 순례단이 걷는 속도보다 빠르게 전해졌다.
 

묵언을 엄수하며 조용히 합장으로 지나는 순례단을 향해 매우 좋다는 의미의 “아차라가”를 외치곤 했다. 순례단의 신심이 이심전심 전해지기 때문이다. 마시나 마을 주민들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했다.
묵언을 엄수하며 조용히 합장으로 지나는 순례단을 향해 매우 좋다는 의미의 “아차라가”를 외치곤 했다. 순례단의 신심이 이심전심 전해지기 때문이다. 마시나 마을 주민들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했다.

묵언을 엄수하며 조용히 합장으로 지나는 순례단을 향해 매우 좋다는 의미의 “아차라가”를 외치곤 했다. 순례단의 신심이 이심전심 전해졌기 때문이다. 모인 사람들 중에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라데샴(Radhesyam) 씨.
라데샴(Radhesyam) 씨.

순례단이 모두 지날 때까지 합장한채 지켜보던 주민은 “우리 마을을 지난다는 소식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공양물이라도 준비했을텐데 오늘 아침에야 알게돼 안타깝다”며 “한국 순례단이 꼭 다시 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마시나 마을 주민들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했다.

곧이어 지난 옆 마을 사람들도 한 무더기 모여 환호로 순례단을 환영했다. 순례단을 향해 합장하며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이 마을 주민 라데샴(Radhesyam) 씨는 “부처님이 걸었던 길을 걸어서 순례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부처님을 이운하며 걸어가는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하다”며 “아차라가”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앞을 스님들이 장엄한 걸음으로 지나간 것만으로도 “축복을 준 것 같아 행복하다”고 했다.
 

순례단이 마을을 지난다는 소식은 순례단이 걷는 속도보다 빠르게 전해진다. 순례단이 지날 즈음이면 벌써 마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순례단이 마을을 지난다는 소식은 순례단이 걷는 속도보다 빠르게 전해진다. 순례단이 지날 즈음이면 벌써 마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36일차를 맞는 부처님의 전법의 길을 따르는 순례, 7일을 남겨두고 있다. 숭고한 뜻을 지닌 순례라도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 힘든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은 굳은 신심과 원력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전법의 길’을 걷는다.
36일차를 맞는 부처님의 전법의 길을 따르는 순례, 7일을 남겨두고 있다. 숭고한 뜻을 지닌 순례라도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 힘든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은 굳은 신심과 원력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전법의 길’을 걷는다.

흐트러지지 않는 순례 “인상적”

인도의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는 문화는 모든 불교국가에 있으나, 걸어서 순례하는 문화는 흔치 않다. 특히 불교세가 강한 태국과 스리랑카, 티베트 외에는 직접 걸어서 순례하는 문화가 일반화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티베트는 중국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라베시 쿠마르 씨.
사라베시 쿠마르 씨.

이날 숙영지를 3.5km 앞둔 순례의 마지막 휴식지를 제공한 사라베시 쿠마르(Sarvesh Kumar) 씨는 태국과 스리랑카 순례단을 직접 맞아봤다고 했다. 우리 순례단이 쉬었던 자리에서 모두 쉬어 갔다는 것. 집마당이 아니라 도로옆 가게마당이어서 순례단이 오히려 편하게 쉴 수 있다고 했다. 쿠마르 씨는 지역의 주민들로부터 농산물을 매입해 다시 되파는 가게를 이 곳에서 하고 있다.

그는 “태국과 스리랑카 스님들의 순례 때에도 자리를 내어준 적이 있는데, 스님들이 쉬어갈 때마다 행복한 마음”이라며 “한국불교 순례단 소식을 듣고 기꺼이 내어주고자 했다”고 뿌듯함을 표현했다. 오히려 “쉴 자리를 내어줄 기회를 준데 대해 고맙다”고 인사했다.

한국의 순례단을 본 느낌에 대해서는 “그동안 보아왔던 순례단과는 좀 차이가 있다”며 “오랫동안 걷고 있는데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호평했다.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박봉영 편집국장 bypar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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