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지 룸비니서 회주 자승스님 법문
'상월결사 21세기 전도선언' 상기
한국불교 나아갈 길은 '전법' '사부대중'

상월결사 인도순례 35일차, 순례단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긴장감을 풀어놓는 것이다. 순례가 끝을 향해 가면서 긴장감이 풀리면 사고가 발생하거나 생기지 않던 문제가 발생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때마다 순례단은 스스로 긴장의 고삐를 다시 당기곤 한다. 3월14일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에 있는 한국사찰 대성석가사에서 순례단과 팔공총림 동화사 신도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법석에 올랐다.

회주 자승스님은 안일한 한국불교에 경종을 울리고
회주 자승스님은 안일한 한국불교에 경종을 울리고 "국민 속으로, 대중 속으로, 사회 속으로, 중생 속으로" 나아가라고 주문했다. "사부대중이여 떠나라"고 강조할 때는 순례단과 동화사 신도들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43일 가운데 35일의 여정을 거쳐왔다. 때로는 험난했고, 때로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단 한번도 그냥 되는 일은 없었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의 대성석가사에서의 법문도 지난 여정 속에서 나온 고민일 것이다.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 대성석가사에서 있었던 순례단과 동화사 신도들과의 만남은 단순히 응원에 머물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동화사 신도들을 위한 법문을 내리면서도 순례단에게도 순례의 의미를 다시 짚어냈다.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늘어나면서 순례단에게 있을 소참법문의 기회가 잡히지 않아 동화사 신도들이 함께 있는 자리였다.

좀처럼 법석에 오르지 않는 회주 자승스님이 순례기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소참법문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회주 자승스님은 지난 35일 동안 부처님이 걸었던 전법의 길을 따라 걸었다. 그것도 맨 앞자리에서 한번도 빠짐없이 대중을 이끌었다. 부처님이 1250비구를 이끌고 전법의 길을 떠났던 것처럼 똑같이 길을 걸었고, 여전히 그 길 위에 있으며 눈빛으로, 행동으로 말 없는 법을 설했다.

그 말없는 법이 이날은 순례단을 비롯한 사부대중이 모인 대성석가사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회주 자승스님은 정각을 얻은 후 오로지 전법의 길만 걸었던 부처님의 삶을 상기했다. 언제나 강조했으나 또 언제나 놓치는 부분이다. 한국불교를 향한 경책이기도 했다. 회주 자승스님은 “부처님이 정각을 이룬 이후 45년 동안 요즘 표현으로 포교만 하셨다. 법만 전하셨다”며 “열반 이후에도 제자에게 두 발을 보이시고, 또 다비를 통해서 여덟 나라에 사리를 분배하면서 마지막까지 법을 전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43일 동안 부처님이 걸었던 길을 따라 순례하는 목적이 여기에 있다"고 했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의 한국사찰 대성석가사에서 만난 동화사 신도들과 순례단 앞에서 법석에 올라 법문했다. 회주 자승스님의 법문 속에서 빠지지 않았던 것은 전법이며, 사부대중이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의 한국사찰 대성석가사에서 만난 동화사 신도들과 순례단 앞에서 법석에 올라 법문했다. 회주 자승스님의 법문 속에서 빠지지 않았던 것은 전법이며, 사부대중이다.

한국불교의 안일함에는 경종을 울렸다. 뿌리깊게 자리잡은 관행을 하나하나 꼬집었다. 초전법륜지 사르나트에서 순례를 시작할 때, 소참법문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던 말씀이다. “우리 한국불교의 현실은 부처님 법을 전하기보다는 불사하는 일에 집착하고, 시원한 여름에 모시옷 빳빳이 다려 입고, 거들먹거리고, 폼생폼사 했다"며 "이런 불교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당연히 그런 것처럼 받아들였던 한국불교를 향한 뼈아픈 경책이다. 그리고 달라지라고 주문했다.

회주 자승스님이 제시한 길은 ‘한 사람이라도 더 법을 전하라’는 것이다. 성지를 순례하며 부처님이 걸었던 길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국민 속으로, 대중 속으로, 사회 속으로, 중생 속으로 사부대중이 떠나야 한다. 떠나지 않으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없다. 사부대중이여 떠나라”는 것이다. 짧고 간략한 법문이었으나, 응축된 힘이 담겼다.

순례단은 지난 35일간 수많은 역경을 내딛고 헤쳐왔다. 인도의 기후와 싸우고, 무질서한 차량행렬과 소음, 먼지를 뚫고 여전히 부처님이 걸었던 전법의 길 위에 서 있다. 회주 자승스님의 법문 속에서 빠지지 않았던 것은 전법이며, 사부대중이다.

초전법륜지 사르나트에서 선언했던 '상월결사 21세기 전도선언'에 담긴 뜻이기도 하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과 동화사 신도들은 법회 후 모두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하며
상월결사 인도순례단과 동화사 신도들은 법회 후 모두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하며 "전법의 길을 떠날 것"을 결의했다.

인도·네팔=박봉영 편집국장 bypar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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