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을 따라 걷는 길에서 만난 이들

새벽 2시 도량석이 시작되고 기상과 함께 하루를 여는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일과, 일어나자마자 텐트에 있는 짐을 꺼내 한 곳에 모으고 새벽예불을 시작한다.
새벽 2시 도량석이 시작되고 기상과 함께 하루를 여는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일과, 일어나자마자 텐트에 있는 짐을 꺼내 한 곳에 모으고 새벽예불을 시작한다.

새벽 2시 도량석이 시작되고 기상과 함께 하루를 여는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일과, 일어나자마자 텐트에 있는 짐을 꺼내 한 곳에 모으고 새벽예불을 시작한다. 순례단원 모두가 일사분란하다. 예불이 끝나면 곧바로 행선이다. 35℃를 웃도는 한낮 더위를 피하려면 시간 엄수는 생명과 같다. 엄격하고도 절제된 움직임이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인도인들에게는 낯선 모습이다.

네팔 정부·한국대사관, 적극 지원 국경 통과

텍 프라사드 라이 경찰청 부청장.
텍 프라사드 라이 경찰청 부청장.

3월14일, 국경을 넘어 부처님 탄생지 네팔 룸비니에 도착했다. 네팔은 인도와 비슷한 문화를 지녔으면서도 국경에서부터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텍 프라사드 라이(Tek Prasad Rai) 경찰청 부청장이 국경까지 마중나와 순례단을 맞았다. 네팔 국경관리대는 순례단 입국수속을 가장 먼저 처리하는 등 적극적으로 순례단을 도왔으며, 호위 경찰 병력 100여명이 교통통제와 순례단 보호를 위해 움직였다.

상월결사 총도감 호산스님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라이 부청장은 “한국 순례단이 네팔을 방문하고 환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대단히 영광스럽다”며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네팔에 머무는 동안 최고의 손님을 모시듯 안전과 원만한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환영했다.

"부처님 따라 걷는 한국 수행자들에게서 영감 얻어"

국경에서 룸비니까지의 거리는 약 35km. 오전 10시로 예정된 룸비니 기원법회를 위해 먼저 차량으로 이동한 후 다시 도보로 10km를 걸어 룸비니에 입성했다. 이 구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현지인들이 있었다. 마야데비(Mayadebhi) 지역 초중등학교 교사협의회 교사 12명은 순례단을 기다려 함께 걸으며 한국불교 순례단에 대한 감사의 뜻을 밝혔다. 한국불교계와 특별한 인연이 없음에도 학생들에게 불교에 대한 교육을 책임지는 이들의 환영은 뜻밖이었다.

네팔 마야데비 지역 교사들이 순례단을 찾아 함께 걸으며 환영했다.
네팔 마야데비 지역 교사들이 순례단을 찾아 함께 걸으며 환영했다.

마야데비 교사협의회 회장 랙시미 프라사드 부살(Laxmi Prasad Bhusal) 부다부루니(Buddha Bruni) 영어학교 교장은 “우리 협의회는 26개 학교 교사들의 협의기구로, 지역교육 발전을 위한 공동체”라며 “아이들에게 부처님과 불교를 어떻게 가르치고 교육할지 많은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순례단 소식을 듣고 부처님 성지를 걷는 한국 수행자들의 모습을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고, 더불어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순례단의 구호에 동참하기 위해 마중을 나오게 됐다”고 했다. 학생들과 함께 나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학생들은 나오지 못해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하지 못해 아쉽다고도 했다. 특히 “학생들이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보고 느끼는 것 만으로도 시각과 안목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데, 함께 하지 못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한국불교계로부터 지원을 받은 바 있는 18개 학교 학생들이 룸비니에서 순례단을 맞아 깜짝 놀랐다.
순례단은 한국불교계로부터 지원을 받은 바 있는 18개 학교 학생들이 룸비니에서 순례단을 맞아 깜짝 놀랐다.

한국불교 도움 받은 500여 학생들 순례단 환영 

룸비니동산에서 만난 500여명의 학생들은 순례단을 더욱 놀라게 했다. 불교계 국제구호단체 지구촌공생회를 비롯해 한국불교계로부터 지원을 받은 바 있는 18개 학교 학생들이 룸비니에서 순례단을 맞았기 때문. 순례단이 지나는 동안 뜨거운 박수와 인사로 순례단의 걸음을 가볍게 했다. 쉬리 바가완푸르(Shree Bhagawanpur) 베이직스쿨의 학생들도 이 그룹에 참여했다. 이 학교 학생 리누 마우리아(Rinu Maurya) 양과 신드바시니 쿠르미(Sindhbasini Kurmi) 양은 “한국불교계에서 학교 건립과 지원을 해주고 있어 순례단을 환영하기 위해 나왔다”며 “신기하면서도 걸어서 부처님성지를 순례한다는게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룸비니에 들어선 순례단을 500여 학생들이 박수와 환호로 환영했다. 쉬리 바가완푸르 베이직스쿨 교사와 학생들.
룸비니에 들어선 순례단을 500여 학생들이 박수와 환호로 환영했다. 쉬리 바가완푸르 베이직스쿨 교사와 학생들.

학생들을 인솔하고 함께 동행한 라제쉬 쿠마르 부즈(Rajesh Kumar Bhuj) 교사는 더운 날씨에도 학생들과 함께 오면서도 “우리가 환영하는 기회가 생겨 오히려 고맙고 기분이 좋다”며 “학생들이 한국불교 순례단이 부처님 성지를 걸어서 순례하는 것을 지켜보고 강한 인상을 받을 것이고, 미래에 긍정적을 영향을 받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오히려 학생들의 교육에 있어 더 좋은 효과가 있기에 기꺼이 환영을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즈 씨는 “이런 기회를 통해 불교와 부처님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한다면 아이들의 미래도 그만큼 폭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카트만두에서 음료 떡 공양물 들고 온 불자 '감동'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시원한 수정과와 떡을 준비해 직접 들고온 불자도 있었다. 카트만두에서 원 코리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염선정(불명 보현화) 씨는 전날 순례단이 먹을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룸비니로 왔다.

염선정 씨.
염선정 씨.

유튜브를 통해 매일 순례단 소식을 접하며 “순례단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고민하다가 수정과와 떡을 직접 만들어 드리면 힘이 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마냥 환희심이 솟아났다”며 “한국과 네팔을 오가며 한국의 불교가 많이 침체된 것이 안타까웠는데, 부처님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걷는 수행을 통해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키겠다는 원력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뙤약볕 아래 진행된 룸비니 기원법회에서 아이스 수정과를 현장에서 제공하고, 숙소까지 찾아와 떡을 공양물로 건넸다. 한국에서 선묵 혜자스님과 함께 하는 108산사 순례를 함께 했다는 염선정 씨는 “상월결사 순례단을 보며 잠깐 내려놓은 불심이 다시 솟구치는 것 같다”며 “그동안 사업에 매진하느라 내려놓았던 불심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게 됐다”고 감사했다.

또한 “순례단을 본받아 한국불교가 안으로 향하기 보다는 밖으로 향하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종교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털어놨다.

"부처님 전법의 길 걷는 수행…존경스럽다"

네팔 정부와 주 네팔 한국대사관도 순례단의 원활한 순례를 적극 지원했다. 네팔 문화관광부 소속 룸비니개발위원회(Lumbini Development Trust) 가이야닌 라이(Gyanin Rai) 위원장은 주 네팔 한국대사관도 룸비니 법회를 비롯해 머무는 호텔까지 동행하며 순례단에 대한 예우를 보여줬다.

가이야닌 라이 룸비니 개발위원회 위원장.
가이야닌 라이 룸비니 개발위원회 위원장.

라이 위원장은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있을 당시 네팔 대표단으로 예방한 바 있다.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총무원장이 회주 자승스님이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이제는 세계평화와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부처님을 따라 걷는 수행을 하고 있다는데 매우 놀랍고 존경스럽다”며 “진정한 지도자”라고 찬사를 보냈다.

라이 위원장은 “네팔 정부는 한국불교 순례단에 경의를 표하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지침을 내렸다”며 “또한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를 찾은 손님을 최대한 잘 모시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한 “부처님을 따라 걷는 수행을 하는 한국 순례단 소식을 듣고 꼭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에서 우러났다”며 “불자의 한 사람으로써 진심으로 한국불교 순례단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룸비니를 찾아 법회를 열기도 했으나, 정부기관을 통해 룸비니에서 법회를 여는 것은 한국불교 순례단이 처음이라고도 했다.

박종석 주 네팔 한국대사는 룸비니 기원법회를 통해 “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1167km를 걸어오신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이번 순례를 계기로 한국불자와 한국인들의 룸비니 방문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아울러 남은 일정을 잘 마무리하길 기원한다”고 인사했다.

네팔 룸비니=박봉영 편집국장 bypar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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