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을 따라 걷는 길에서 만난 이들

평생 전법의 길을 걸었던 부처님도 이러하셨을 것이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법문을 듣고 환희심을 느꼈으리라. 상월결사 인도순례가 진행되는 인도 현지도 가는 곳마다 주민들이 모여들어 순례단을 환대하고 있다.

새벽 어둠 속에서 말없이 걷는 순례단은 희뿌연 새벽안개와 이를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으로 아침을 맞는다. 인도 북부 마하라즈간지 지역 시골의 아침 풍경.
새벽 어둠 속에서 말없이 걷는 순례단은 희뿌연 새벽안개와 이를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으로 아침을 맞는다. 인도 북부 마하라즈간지 지역 시골의 아침 풍경.

여느 때와 같이 순례단 숙영지는 현지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근 마을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순례단은 힌디어 통역사를 붙여 주민들에게 순례단을 소개하고, 그때마다 박수 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힌두교가 대부분이지만 예불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유심히 지켜보며 장엄한 분위기를 함께 한다. 이를 주민들은 “축복을 주시는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순례단 예불에 감동…또 찾아온 불자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순례에 도움을 준 이들과 부처님에게 공양을 올리는 이들에게 특별히 선물을 증정하는 등 현지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3월12일 바가파르 숙영지에도 500여명의 주민들이 찾아왔다. 힌디어 통역으로 전하는 것 외에 직접적인 대화는 불가능하지만 순례단과 주민들은 표정과 몸짓으로 교감했다. 뜨거운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고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새벽예불과 저녁예불을 연이어 참석하고 부처님 전 꽃 과일 공양을 올린 불자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증정했다.
새벽예불과 저녁예불을 연이어 참석하고 부처님 전 꽃 과일 공양을 올린 불자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증정했다.
새벽예불과 저녁예불을 연이어 참석하고 부처님 전 꽃 과일 공양을 올린 불자들. 한국 순례단의 예불을 지켜보며
새벽예불과 저녁예불을 연이어 참석하고 부처님 전 꽃 과일 공양을 올린 불자들. 한국 순례단의 예불을 지켜보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한다.

부처님 전 꽃과 과일, 청수 공양을 올린 안주 쉬리 고우탐(Anju Shree Gautam) 씨와 우샤 다스(Usha Das) 씨, 딕샤 비하르티(Diksha Bharti) 양이 회주 자승스님으로부터 염주와 단주 선물을 받았다. 이날 새벽 행선이 시작되기 전에도 하르푸르 숙영지를 찾았던 안주 씨는 “오늘 새벽 한국 순례단의 기도와 예불에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보고 함께 느끼기 위해 숙영지를 또 찾은 것”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안주 씨는 부처님의 성씨와 같은 고우탐(Gautam) 성을 받은 콜리야족으로, 부처님 외가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아들과 딸 딕샤 양을 함께 데리고 온 우샤 씨도 “예불을 함께 하며 인도 사찰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환희로운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며 부처님 성지를 걸어서 순례하는 고행을 하는 순례단에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회주 자승스님으로부터 받은 염주와 단주를 선물을 넘어선 축복이라며 “축복을 주신 한국의 스님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인도 사찰에서도 순례단 찾아와 함께 해

숙영지와 40km 떨어진 인도 사찰에서도 순례단을 방문했다. 석가모니부드비하르 사찰의 람사무 마우르(Ramsamugh Maur)와 부드비하르 자무니아 사찰의 아마르나드 보디 딩가리 판야라(Dr. Amarnadh Bodhi Dingari Panyara) 씨는 부처님 전 공양을 올리고 예불을 함께 했다. 회주 자승스님은 선물과 함께 한국과 인도의 불교가 하나임을 일깨웠다. 이들이 순례단 숙영지를 찾은 이유는 “특별하게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는 한국의 형제들을 만나고 싶고 함께 기도도 하기 위함”이다.

인도 사찰에서 찾아온 이들이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에게 예를 올리고 있다.
인도 사찰에서 찾아온 이들이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에게 예를 올리고 있다.

람사무 씨와 아마르나드 씨는 암베드카르의 새불교(Neo-Buddhism)운동의 영향으로 불제자가 됐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암베드카르를 따르는 인도불교는 삼귀의와 더불어 암베드카르를 귀의의 대상으로 올려놓았다. 그만큼 암베드카르의 상징성과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람사무 씨는 “인도 문화를 되찾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힌두 전통의 계급을 타파하고 인간평등, 생명존중를 실현하고자 한 불교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암베드카르의 절대적 영향력 덕분”이라며 “계급간 차별의 관습을 깨지 못하는 인도사회를 비판하는 젊은층과 지식층, 불가촉천민을 중심으로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마르나드 씨는 “근처 바나르시아 칼라 데브다(Banarshia Kala/Devda)에 부처님의 외갓집이 있으며, 정부와 지역 불교계가 함께 발굴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발굴조사가 끝나고 나면 새로운 성지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순례단의 예불을 함께 한 뒤에는 “환희심이 우러나는 최고의 의식”이라며 “한국 순례단의 모습을 보고 불교를 믿게 되는 인도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혜초스님 후손 만나 영광 “1000년 교류 상징”

연이은 힌두교사원에서의 숙박에도 순례단은 어김없이 예불과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인도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지만 대부분의 생활공간을 공개하고 있다. 이 역시 순례단이 지역주민과 교감하고 소통하고자 한 의지를 보여준다.

모하마드 자심 치안판사.
모하마드 자심 치안판사.

순례단의 안전을 책임지는 모하마드 자심 칸(Mohammad Jasim Kahn) 치안판사(SDM)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지침에 따라 한국불교 순례단의 모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이라며 “2000년 전 부처님의 가르침이 한국에 전해질 수 있었다는 것은 인도와 한국이 오랫동안 우호 교류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우리는 지금도 한국과 우호가 증진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하마드 치안판사는 “인도 말에는 불교에서 나온 말이 많은데 그것은 인도인들의 가슴 속에 불교사상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는 것”이라며 “성지를 걸어서 순례하는 모습에 모두가 존경심을 가지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3월13일 부처님 일대기에도 등장하는 로이니강을 건너 만난 콜리야(Koliya) 지방의 사우라브 시리와스도(Sauravh Shriwasdo) 판사와 굴라리야(Gularya) 마을의 안갓 야다브(Angat Yadav) 촌장은 이른 아침 순례단을 찾아와 공양장소와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순례단의 아침공양을 위해 테이블과 의자를 준비했으나, 밤새 내린 이슬로 인해 순례단은 이를 이용하지 못했다. 순례단은 정성을 다해 준비한 자리를 이용하지 못한데 대한 미안함을 표했다.

순례단을 환영하는 주민들과 돕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이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선물을 증정하고 있다. 회주 자승스님이 3월13일 아침공양 장소에서 만난 사우라브 시리와스도 판사에게 염주를 걸어주고 있다.
순례단을 환영하는 주민들과 돕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이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선물을 증정하고 있다. 회주 자승스님이 3월13일 아침공양 장소에서 만난 사우라브 시리와스도 판사에게 염주를 걸어주고 있다.
사우라브 시리와스도(Sauravh Shriwasdo) 판사와 굴라리야(Gularya) 마을의 안갓 야다브(Angat Yadav) 촌장.
사우라브 시리와스도(Sauravh Shriwasdo) 판사와 굴라리야(Gularya) 마을의 안갓 야다브(Angat Yadav) 촌장.

사우라브 판사는 “한국의 혜초스님이 인도를 순례했던 것처럼 천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순례단이 우리 지역을 찾아주어 매우 영광스럽다”며 “세계평화를 발원한 한국불교 순례단이 룸비니를 향해 국경을 지날 때까지 함께 하며 그 영광을 오래 누리겠다”고 말했다.

“현지 신문에 난 소식 보고 순례단 기다려”

람나가르 지역 고우탐 파스반 촌장.
람나가르 지역 고우탐 파스반 촌장.

콜리야 지방으로 진입한 후 순례단이 지나는 구간은 또다시 불가촉천민이 집중된 지역을 지났다. 순례단의 중간 휴식지도 그 중 한 마을에 있는 암베드카르 고등학교. 람나가르(Ramnagar) 지역 고우탐 파스반(Gautam Pasvan) 촌장은 “새불교운동으로 불교를 다시 일으킨 ‘바바사헤드(아버지)’ 암베드카르의 이름을 딴 학교에 한국에서 온 불교 순례단이 쉬어가는 것은 우리 마을에 무한한 영광”이라며 “우리 마을의 불자 가족들이 환영 나오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힌두교를 믿는 고우탐 씨는 “암베드카르는 불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절대적 우상이기도 하지만, 우리 불가촉천민에게도 헌법에서 카스트제도를 타파한 신과 같은 존재”라며 “우리 마을을 지나고 방문해준데 대해 다시한번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순례단은 인도 사람들에게 매우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성지를 걸어서 순례하는 문화를 거의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외국인을 거의 볼 수 없는 시골에서 다른 나라의 수행자들을 만나는 일은 더더욱 드물기 때문. 콜리야 숙영지를 앞두고 베로와 반크트와(Berowa Banktwa) 마을 사람들은 모두 거리로 나와 순례단에 박수를 보냈다. 베르하두르 마우리야(Veerhadur Maurya) 씨는 “신문에서 한국의 불교 수행자들이 사르나트를 출발해 룸비니까지 부처님 성지를 걸어서 순례한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지나는 때를 기다려 환영했다”고 말했다. 순례단을 환영하는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은 순례가 막바지로 향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박봉영 편집국장 bypar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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