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필라 지나 쉬라바스티 향하는 순례단…회향 6일 남아
감기 확산으로 중단한 ‘금강경’ 독송, 108배 정진 재개

부처님 고국 카필라바스투에서 텐트 야영한 순례단은 3월16일 새벽 2시 예불을 마치고 행선에 나섰다. 순례 36일차다. 이제 남은 야영은 4일, 회향지 쉬라바스티가 한 발 더 가까이 왔다. 카필라바스투가 위치한 피프라흐와를 출발하여 마타아리아 이타꼬니야에서 아침 공양을 했다. 새벽 행선에서 14km를 걸었다.
새벽 행선 첫 휴식지 마타아리아에서는 전날처럼 주민들이 휴식지를 깔끔하게 정비하고 과자를 준비하는 등 순례단을 극진히 대접했다. 숙영지를 정비하고 미리 마중을 나오는 환대는 이제 관행이 되었지만, 20분 가량 쉬었다 가는 휴식지까지 카펫을 깔고 다과까지 준비하는 영접은 얼마 전부터 새롭게 보는 모습이다. 심지어 휴식지가 아닌 데에도 주민들이 물과 과자를 준비하며 기다려, 순례단은 미안하다는 인사만 건네고 지나쳐야 했다.


주민 환대는 뜨거웠지만 길은 험했다. 패이고 갈라진 곳이 많아 차량은 아예 진입할 수가 없었다. 조심스럽게 걷지 않으면 자칫 발목을 다치거나 넘어질 위험이 많은 험한 길이었다. 아침 공양은 이타꼬니야라는 마을 작은 공터에서 했다. 며칠째 계속 컵라면이다. 기온이 가장 낮은 해 뜨기 전, 많은 땀을 흘린 뒤여서 아침 메뉴로 최고다. 하지만 기름기가 많아 기름기 적은 인도식 음식에 적응한 일부 순례단원은 장이 탈 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열악한 인도 순례길에 이 또한 즐겨야 할 과정이다.

이날 순례단은 네팔-인도 국경 근처를 걸었다. 두 나라는 동서로 1700km 가량 국경선을 접한다. 동서로 길게 드리운 히말라야 산맥이 만든 지형이다. 목적지 쉬라바스티로 가려면 서쪽으로 걸어서 남으로 내려가야 한다. 오늘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걸었다. 해가 천천히 뜨더니 얼굴을 내민 뒤에는 빠르게 올라간다. 해가 올라가는 속도 만큼 빠르게 기온도 올라가 아침 공양 후 오전 행선은 더위와 햇볕과의 싸움이다. 새벽에 빠르게 가던 발걸음이 이 때부터 조금씩 느려진다. 나이 든 스님들이 많이 포진한 1조는 앞줄과 조금씩 간격이 벌어진다. 조금 느릴 뿐이지 36일차에 이르도록 단 한 번도 버스를 타거나 낙오한 적은 없다.








아타꼬니야에서 아침 공양 후 마시나를 지나 오전 9시가 넘어 파르사에 도착했다. 이날 묵을 숙영지다. 숙영지는 다른 곳처럼 바닥에 카펫을 깔아 먼지가 일지 않도록 했으며, 차양막으로 햇볕을 가렸다. 유승철 숙영지 지원팀장은 “전날 저녁부터 주민들이 와서 준비를 했다”며 “정말 눈물겹도록 고마운 환대”라며 감격했다.


순례단이 거쳐가는 길, 경찰서 마당이나 학교 힌두교 사당 등의 휴식지와 숙영지는 답사 팀이 다녀갈 당시 쓰레기 천지에다 차가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인도 공무원과 주민들은 몇 달 전, 혹은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거칠고 지저분한 길과 학교 관공서 등을 깨끗하게 정비했다. 한국인 눈에는 여전히 지저분하지만 인도인들에게는 새로 태어난 것과 같다. 모두 관공서와 주민이 땀을 쏟아 정성을 다한 덕분이다.
순례단도 고마움을 잊지 않고 답례를 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수없이 한다. 그들의 수고가 얼마나 큰지 잘 알기 때문에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인사다. 전날 피프라흐와 숙영지에서도 감사 인사와 선물이 수없이 오갔다. 특히 이날은 지역 스님과 불자들이 대거 참석해 저녁 예불을 함께 했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예불 후 치안을 담당한 경찰서장, 쾌적한 숙영지를 마련해준 주민 대표, 부처님께 공양물을 올린 불자들에게 염주와 반야심경 경판을 선물했다. 경찰에게는 죽비를 선물했다. 각 조 조장들은 단주와 한국의 간편식을 참석한 주민과 불자, 경찰 전원에게 선물했다. 선물 전달 후에는 서로 어울려 기념촬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제 이같은 풍경은 저녁의 일상이 됐다. 순례단도 하루 중 가장 기뻐하는 시간이다.
한편, 순례단은 회향 7일을 앞두고 그동안 중단했던 <금강경> 독송과 108배를 룸비니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순례 첫날부터 시행하던 경전 독송과 108배는 순례 초기 감기가 확산하면서 불가피하게 중단해왔다.






남은 거리도, 마음도, 몸도 원만한 회향을 기원하는 시간이다. 36일차에 27km를 걸었다. 누적 거리 887km다.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박부영 선임기자 chisan@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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