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걸었던 전법의 길, 그 길위에서 선 순례단은 아름답다. 걷고 또 걸었다. 쉬라바스티로 향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 앞에서 걷는 도반의 발을 좇았다. 39일을 걸었다. 어떤이는 무슨 생각이 드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는다. 걸음으로써 느꼈고,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걸음으로써 이미 말하고 있다.

3월19일 부처님 성지를 걸어서 순례하는 일정의 39일차, 순례단은 참으로 많은 이들을 만났다. 주민들은 뜻밖의 환대로 순례단을 맞아주었다. 오늘은 특별했다. 계속되는 환대가 익숙해졌다지만, 오늘처럼 가는 곳 마다 꽃비가 쏟아지는 때는 흔치 않았다.
새벽 이른시간, 순례단은 쉬라바스티를 향해 걸음을 시작했다. 숙영지에서 쉬라바스티로 가는 길목 발람푸르(Balrampur) 시내에 접어들기 전 숙영지까지 29km 행선이 오늘의 목표다. 아침공양을 하는 장소를 포함해 중간 휴식지는 총 5곳. 5.5km를 걸어 예정된 첫 휴식지 가우라 트리카우리아(Gaura Trikaulia) 마을에 이르러 순례단은 꽃비를 맞았다. 환영나온 주민들이 준비한 꽃가루가 순례단을 적셨다.
순례단이 머무는 시간은 10분에서 15분에 불과하지만, 가우라 트리카우리아 주민들은 전날부터 준비했다. 순례단이 찾아오는 새벽시간에 맞추기 위해 교실에서 잠을 잔 주민들도 있었다. 이 마을 촌장 나렌드라 데브 베르마(Narendra Dev Verma) 씨는 “한국과 인도간 우호증진을 위해 마을주민들이 환영의 자리를 마련했다”며 “마을을 지나는 한국불교 순례단은 특별한 수행자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축복으로 여긴다”고 인사했다.
“환영할 기회를 주어 순례단에 감사하다”
시작에 불과했다. 휴식지는 물론 지나는 마을에서도 많은 주민들이 도로에 환영을 나와 꽃잎을 뿌렸다. 꽃다발과 물을 준비해 걷는 각각의 순례단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그러나 순례단은 합장으로 인사할 뿐 받을 수 없었다. 이들이 준비한 생수는 순례단을 따르는 지원차량에 하나하나 실어주며 아쉬움을 달랬다.
오전 7시경 지나던 바가완푸르(Bhagawanpur) 주민 40여명은 새벽 4시부터 3시간을 기다리고서야 순례단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도로 양쪽에 줄을 맞추어 서서 순례단에 꽃비를 선사했다.
5개의 작은 마을로 구성된 바가완푸르는 15일전 순례단 소식을 접했다. 이틀 전 시다르트나가를에서 발람푸르 경계를 넘을 때의 환영식에도 이 마을 촌장이 다녀갔다. 마을 방송과 연락망을 통해 주민들이 순례단 환영식에 자발적으로 모였다. 아누프 판데이(Anoop Pandey) 바가완푸르 마을 촌장은 “힌두교와 불교, 종교를 떠나 기도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며 “불교 순례단이지만 손님을 반갑게 맞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며, 그런 기회를 갖게 해주어 감사하다”고 했다.
“모든 나라 불교수행자의 평화순례로 이어지길”
발람푸르로 접어든 후 숙영지를 비롯해 행선 중에도 순례단을 따라 함께 다니는 차량이 있었다. S.D.M이라고 씌인 그 차량에는 발람푸르의 중심지역을 담당하는 라제나드라 바하두르(Rajenadra Bahadur) 치안판사가 탑승했다. 인도는 우리나라오 달리 각 지역마다 행정부 내 치안판사(District Magistrate)를 두어 해당 지역의 법률 및 질서유지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사법부 소속이 아닌 행정부 내 최고 책임자이며, 경찰 조직도 관할한다. SDM(Sub District Magistrate) 역시 치안판사로, DM의 지휘를 받는 직위다.
바하두르 치안판사는 순례단이 이 지역에 도착하기 전부터 모든 휴식장소와 숙영지를 수차례 방문해 맞을 준비사항을 체크했으며, 순례단이 이 지역에 접어들자 가장 뒤에서 동행 중이었다.
바하두르 치안판사는 “같은 옷, 정확한 시간, 질서정연한 한국불교 순례단의 모습은 우리 인도인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 같다”며 “더군다나 세계평화를 염원하며 인도를 방문해 걸어서 성지를 순례하는 자체가 존경스럽게 느껴진다”고 소회를 밝혔다.
순례단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인도간 우호관계도 깊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털어놨다. 바하두르 치안판사는 “한국의 수행자들이 세계평화를 위해 고행길을 걷듯 세계의 모든 불교 수행자들도 세계평화를 위한 순례를 함께 한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인도와 한국 양국의 교류도 더욱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박봉영 편집국장 bypar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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