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주민들 뜨거운 환대…누적 939km 걸어

38일차 아침 공양을 마치고 행선을 준비하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 정진 회향지 기원정사가 바로 앞이다.
38일차 아침 공양을 마치고 행선을 준비하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 정진 회향지 기원정사가 바로 앞이다.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가다’는 3월18일 38일 차 행선을 했다. 기원정사 회향 까지 이틀 남았다. 숙영지 지기나마피에서 베르흐와 데비푸르 까지 14km를 걸은 후 아침공양을 했다. 여느 때처럼 이날 새벽 행선 휴식지에서도 주민들이 휴식지를 단장하고 순례단을 맞이했다. 
 

학교에서 마련한 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는 회주스님
학교에서 마련한 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는 회주스님
걷기 정진 회향지 쉬라바스티까지는 이제 100리 앞 지척이다.
걷기 정진 회향지 쉬라바스티까지는 이제 100리 앞 지척이다.
잠시 쉬어가는 쉼터에도 주민들의 땀과 정성이 들어있다.
잠시 쉬어가는 쉼터에도 주민들의 땀과 정성이 들어있다.
아이들도 나와  순례단을 응원했다.
아이들도 나와  순례단을 응원했다.
"부처님의 가피를" 힘찬 축원으로  순례단을 응원하는 주민들
"부처님의 가피를" 힘찬 축원으로 순례단을 응원하는 주민들

이날 새벽 행선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나와 힌디어로 “바그반 붓다 키 카르나호”를 외쳤다. 우리말은 “부처님의 가피를”이라는 뜻이다. 힌디어로 부처님의 축원을 기원하는 불자들의 외침은 순례단에게 또 다른 힘을 주었다.
 

새벽부터 나와서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을 외치는 인도 불자들
새벽부터 나와서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을 외치는 인도 불자들

아침 공양 장소는 주유소였다. 아침 공양 후 10km 이상을 더 걸었다. 데비푸르를 출발해 마후와를 거쳐 서드와푸르에 도착했다. 38일차 25km를 걸어 누적 939km가 됐다. 회향지 쉬라바스티까지는 이제 100리 가량 남았다.
 

쉬라바스티 50km가 남았음을 알리는 표지판
쉬라바스티 50km가 남았음을 알리는 안내판

도보 정진 회향을 앞두고 회향 준비도 하나씩 진행 중이다. 다례재 천도재에 모실 위패를 정리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38일차에는 아침 공양 후 1조, 2조를 시작으로 회주 스님과 개별 기념 촬영 시간을 가졌다. 회향이 다가오고 있음을 조금씩 실감하는 시간이다. 
 

회주 스님과 동명스님의 기념사진 촬영 모습.
회주 스님과 동명스님의 기념사진 촬영 모습.
아침 공양
아침 공양
행선 중인 덕조스님
행선 중인 덕조스님
38일차 선두는 우바새 우바이가 섰다.
38일차 선두는 우바새 우바이가 섰다.
선두에 선 8조
선두에 선 8조
소도 함께
소도 함께
슬그머니 선두를 차지 하고 가는 개  
슬그머니 선두를 차지 하고 가는 개  

한편 순례단은 38일차 행선 출발에 앞서 3월17일 오후 숙영지에서 회향식 일정을 발표했다. 총도감 호산스님, 순례단장 원명스님, 대변인 종호스님, 박기련 운영지원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갖고 3월20일 순례 도착지 쉬라바스티 기원정사터에서 열리는 정진회향 식순 내용 등을 공개했다. 40일에 걸친 1167km 부처님 성지를 찾는 도보순례 마무리다.
 

3월20일 기원정사에서 열리는 정진회향에 대해 설명하는 호산스님(가운데), 대변인 종호스님(왼쪽), 원명스님.
3월20일 기원정사에서 열리는 정진회향에 대해 설명하는 호산스님(가운데), 대변인 종호스님(왼쪽), 원명스님.

3월9일 서울 조계사에서 종정 예하와 총무원장 스님을 모신 가운데 고불식을 갖고 11일 초전법륜지 사르나트에서 걷기 순례에 들어간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부처님 성도지 보드가야, 세계 최대 불교대학 나란다, 최초 여성출가지 바이샬리, 열반지 쿠시나가라, 탄생지 룸비니, 고향 카필라바스투 등 부처님께서 생전 전법 교화하신 성지를 모두 돌고 마침내 쉬라바스티 기원정사에서 회향한다.

기원정사에서 회향은 종조 도의국사, 중흥조 보조지눌, 태고보우 국사를 비롯한 14분의 입적한 역대 종정 스님 등 한국불교 중흥 인연을 맺은 역대 조사들을 모신 다례재로 진행한다. 또 순례단 스님들의 개인 인연도 모신다. 존경하는 은사 스님이나, 문중의 입적한 어른 등을 모신다. 우바새 우바이 지원단 기자단도 개인 인연에 따라 위패를 봉안한다.

3월20일 인도시간 오전 9시(한국시간 12시30분)에 열리는 걷기정진 회향은 두 과정으로 진행한다. 먼저 향실(Gandhakuti)을 참배해 헌화 헌향에 이어 <우리말 금강경>을 봉정한다. 기원정사터 여래향실에서 우리말 금강경을 봉정하는 의식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강경>은 설한 무대가 기원정사로 나온다. 부처님이 사위국, 즉 쉬라바스티의 기원정사에서 제자인 수보리와 문답 형식의 대화를 주고받는 것으로 되어있다.
 

38일차 행선을 마치고 숙영지로 들어오는 순례단을 환영하는 주민들.
38일차 행선을 마치고 숙영지로 들어오는 순례단을 환영하는 주민들.
회향 이틀을 앞둔 순례단. 38일차 행선 회향
회향 이틀을 앞둔 순례단. 38일차 행선 회향
38일차 회향 숙영지로 들어가는 순례단.
38일차 회향 숙영지로 들어가는 순례단.

이어 여래향실 밖에 마련된 행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정진회향식이 열린다. 회향식에는 한국과 인도지역의 불자 및 정관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행사는 삼귀의, 반야심경, 총무원장 스님 치사(중앙종회의장 의장 대독), 회주 스님 회향사, 각계 축사 등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축사는 불자 국회의원 여야 대표 2명, 우타르 프라데시 주 고위관계자, IBC불교대표 등 4명이 무대에 설 예정이다. 국회정각회 조명희 황보승희(국민의힘) 김영배 김병주 이수진(더불어민주당),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이 참석한다.

기원정사에서 회향식이 다례재 및 천도재와 함께 열리는 것에 대해 총도감 호산스님은 “상월결사의 4대 결사 정신을 잇는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 부처님 성지 순례 정진을 마무리하면서 조계종 정체성을 확립하신 종조와 중흥조를 받들고, 순례 대중과 인연 있는 조사님과 은사님을 모셔서 그 공덕으로 한국불교 중흥 의지를 보태고자 한다”고 다례재 및 천도재 봉행 의미를 밝혔다. 순례단장 원명스님도 “정진이 끝난 후 위로는 종조와 조사 스님들께 정진이 원만 회향했음을 고하고 정진력의 공덕이 뭇 생명과 유주무주 모든 영가에 고루 미친다면 이 또한 생명존중 결사 정신과 상통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호산스님은 회향 3일을 앞둔 각오에 대해 회주 스님의 전언으로 대신했다. 호산스님은 “회주 스님께서 모든 일은 시작 직후와 끝나기 직전이 가장 중요하다 하시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고 조계사 회향 때까지 심기일전 해야함을 잊지 말라고 하셨다”며 “우리 순례의 끝은 기원정사가 아니라 조계사 회향”이라고 말했다.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박부영 선임기자 chisan@ibulgyo.com
 

■ 38일차 사진으로 보는 이모저모 

휴식을 취하는 순례단
휴식을 취하는 순례단
휴식 시간에 찰칵
휴식 시간에 찰칵
순례 휴식 중 개도 목을 축이다
순례 휴식 중 개도 목을 축이다
순례길에 만난 아이들
순례길에 만난 아이들
놀란 눈으로 순례단 행렬을 바라보는 아이
놀란 눈으로 순례단 행렬을 바라보는 아이
박수로 순례단을 환영하는 아이들
박수로 순례단을 환영하는 아이들
불상 이운하는 덕진스님
불상 이운하는 덕진스님
불상 이운하는 선해스님
불상 이운하는 선해스님
불상이운하는 묘수 스님
불상이운하는 묘수 스님
불상 이운하는 조석주씨
불상 이운하는 조석주씨
불상이운하는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불상이운하는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가슴으로 일불제자 확인한 순례단
순례 일정 중 가장 많은 군중 모여

인도 우바이와 뜨겁게 포옹하는 정혜스님.
인도 우바이와 뜨겁게 포옹하는 정혜스님.
손을 꼭 잡고 다독이는 해인스님.
손을 꼭 잡고 다독이는 해인스님.

말은 막혔지만 일불제자(一佛弟子)는 가슴으로 통했다. 피부색도 말도 생김새도 문화도 달랐지만 부처님을 믿는다는 단 하나 이유면 충분했다. 서로 부둥켜 안고 손을 부여잡고 놓을 줄 몰랐다. 서로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서로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었다. 한국의 스님은 척박한 인도 땅에서 법등(法燈)을 끄트리지 않고 지켜낸 그 불심이 고마워서, 인도 우바이는 고행을 자처하며 어느 누구도 찾지 않았던 궁벽한 시골 까지 찾아 희망과 용기를 준 한국의 스님 불자들이 고마워서 눈물로 감사를 표시했다.

순례단은 3월17일 지기나마피 숙영지에서 열린 저녁 예불 주민과의 만남에서 지역 불자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불자임을 드러내는 흰옷 차림의 우바이들을 비구니스님들이 손잡고 안아 주었다. 감사와 격려였다. 인도 우바이들은 감격에 겨워 비구니 스님들을 꼭 부둥켜 안고 놓을 줄을 몰랐다. 그 마음이 가슴으로 전해져 스님들도 울었다. 정혜스님은 “그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서 끌어안는데 울컥했다”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신행생활을 이어가는 그들에게서 부처님 사랑을 받아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님은 그 감정이 남아 있는 듯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해인스님도 “어려운 가운데서 신행 생활을 잘 해나가는 곳이 고마워 포옹하고 손을 꼭 잡았다”며 “오늘 새벽 그 여운이 남아 저도 모르게 가슴을 안았다”며 역시 눈시울을 붉혔다.
 

순례단과 주민들의 어울림 한마당
순례단과 주민들의 어울림 한마당
주민들과 어울림이 마냥 즐거운 순례단.
주민들과 어울림이 마냥 즐거운 순례단.
한국 불자 순례단을 보며 용기 얻고 희망을 찾는 인도 불자들
한국 불자 순례단을 보며 용기 얻고 희망을 찾는 인도 불자들

이날 숙영지 저녁 예불에는 순례 중 가장 많은 주민들이 모였다. 미리 준비한 1200개의 단주와 간편 요리세트가 동이 날 정도였다. 마치 인기 가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방을 주민들이 겹겹이 둘러쌓았다. 혹시 밀침 사고가 날까 경찰이 질서 유지에 나서야 했다. 순례단 전원이 나서 주민들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회주 자승스님은 마을 치안 책임자, 숙영지를 가꾸고 제공해준 마을 대표, 행선 안전을 지켜준 경찰관계자 등에게 죽비와 대장경판 등을 선물했다.

순례단이 머문 숙영지 마을은 부처님께 쌀 공양을 올리던 유서 깊은 불교 고장이었다. 그 전통을 이어 귀한 손님이 오면 쌀을 공양하는 풍습이 지금까지 내려온다. 마을 대표가 순례단에 쌀을 선물했다. 불자들은 순례단이 이운하는 불상에 과일 공양물을 올렸다.
 

부처님께 올렸던 그 땅에서 난  쌀을 순례단에 공양미로 가져온 지역 불자들
부처님께 올렸던 그 땅에서 난  쌀을 순례단에 공양미로 가져온 지역 불자들

부처님이 태어나시고 자란 룸비니 카필라바스투와 가까운 이 지역은 싯다르타라는 지명이 붙을 정도로 불교와 인연 깊은 고장이다. 그 전통이 27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음을 확인했다. 두 발로 걸어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시골길을 걷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다. 순례단은 순례 자체만으로도 큰 발자취를 남기고 새로운 역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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