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29일차] “부처님 유훈 받들어 전법·포교에 일심 정진하겠습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순례 29일차인 3월9일 부처님의 열반지 쿠시나가르 열반당의 부처님께 가사를 공양하고, 대탑 앞에서 부처님 유훈을 되새기며 한국불교 중흥 원력을 되새겼다. 상월결사 순례단과 한국에서 찾아온 사부대중이 함께 열반지에서 부처님 가피에 감사하고 한국불교 중흥 결사 의지를 다지는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3월9일 인도에 발을 디딘 지 한 달이 되는 날, 순례단은 열반당으로 향했다. 준비한 가사를 조별로 모시고 열반당 안으로 들어갔다. 우바이 우바새 조가 앞장서고 그 뒤로 스님들이 가사를 정대했다. 마지막으로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입장했다. 모든 조가 부처님께 가사를 공양 올린 후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독송했다. 대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가사 공양 후 순례 대중은 열반당 앞 사라나무 두 그루 아래 법석을 마련하고 기도법회를 거행했다. ‘부처님 열반지 쿠시나가르 기도법회’는 총도감 호산스님의 집전 아래 삼귀의, 반야심경,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 낭송 순으로 진행됐다. 총도감 호산스님은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는 가르침은 27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며 “우리 순례단은 부처님 유훈을 받들어 전법과 포교에 일심으로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중이 합장한 가운데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 낭송은 3조 조장 법원스님이 맡았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변하게 되어있다. 죽음이란 육신의 죽음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육신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므로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래는 육신이 아니라 깨달음의 지혜다. 육신은 여기에서 죽더라도 깨달음의 지혜는 진리와 깨달음의 길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내가 열반한 후에는 그동안 설한 가르침이 곧 스승이 되어줄 것이다. 이 진리를 지켜 무슨 일에나 진리대로 행동하라. 이 가르침대로 행동하면 설령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항상 내 곁에 있는 것과 같다. 아직 제도하지 못한 사람은 이미 제도할 수 있는 인연을 지어 놓았다. 그대들이 물러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한다면 여래의 법신은 영원히 그대들 곁에 머물 것이다.

수행자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 이 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불제자들은 내 가르침을 중심으로 화합할 것이요, 물 위에 기름처럼 겉돌지 마라. 함께 내 교법을 지키고 함께 배우며 함께 수행하고 부지런히 힘써 도의 기쁨을 함께 누려라.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총도감 호산스님은 “오늘로 인도순례 29일차를 맞았으며 누적 거리 689km를 걸었다”며 “인도 현지의 열악한 환경으로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의 마음은 환희로 가득 차 있다”고 순례단의 결의를 되새겼다.

순례단 결의의 의지는 진오스님의 발원문에 담겼다. “…소통하지 못하고 오해하고 주장만 내세움을 참회합니다. 마음의 가난을 느꼈습니다. 부처님 유적지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음을 뉘우칩니다. … 이 순례 공덕으로 저희의 부족한 면이 변화되고, 더 낮은 자세로 가난하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돌보는 전환점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가는 곳마다 수행하고 봉사하며 생활불교, 자립불교, 세상에 이익을 주는 한국불교가 되길 발원합니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를 이끄신 회주 스님과 동참 대중은 불보살님께 모든 생명에 가피를 기원합니다.”

상월결사 대변인 종호스님이 열반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종호스님은 “부처님은 열반하셨지만 생멸변화의 화신이고 법신은 상주하시니 이는 모든 존재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불성을 지니고 있음을 가르쳐준 것”이라며 “열반의 참뜻은 바로 행복한 삶, 생명 존중에 있다”고 말했다. 순례단 4조 조장 설암스님은 소감을 밝혔다. 설암스님은 “타종교인이나 무종교인과 인연을 얼마나 지었느냐는 회주 스님의 물음에 답을 못했다”며 “먹물 옷이나 가사로 인해 재가자나 한국의 불자들에게 마음 아프게 한 일은 없었는가 다시 되새겨 보고, 인도의 화석화된 불교를 보며 한국불교가 그 전철 밟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순례 대중들은 순례를 이끌어 준 감사의 마음과 열심히 정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회주 스님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기도법회에는 한국에서 많은 스님과 재가불자가 참가했다. 고운사 회주 호성스님을 비롯한 본·말사 스님과 신도, 도선사 주지 태원스님과 신도, 청계사 주지 성행스님(중앙승가대 총동문회장)과 신도, 개운사 주지 보림스님과 신도, 동국대학교 와이즈캠퍼스 이영경 총장과 교직원들, 동국대 일산병원 지도법사 스님과 의료진 등이 참석했다. 또 미얀마 열반당 회주 스님과 신도가 참석해 사리용기, 가사 등 선물을 전달하고, 순례단 측도 ‘반야심경 동판’과 순례단 상징인 죽비를 선물했다. 보드가야 분황사 붓다팔라 스님, 쿠시나가르 한국사찰 대한사 성관스님 등도 참석했다. 한국에서 온 사찰 스님과 신도들은 순례단에 대중 공양했다.

쿠시나가르 열반당에서 기도법회를 봉행한 순례단은 다시 순례를 준비했다. 순례를 떠난 지 한 달이 되는 30일차부터는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니로 가는 길이다.
 

■ 열반당 부처님께 가사 공양 올리다

쿠시나가르 열반당의 부처님은 황금색 가사로 덮여있다. 부처님께서 사라나무 숲에 누웠을 때 아난다가 가사로 부처님 몸을 덮어드렸던 데 따른 것이다. 쿠시나가라 외곽의 사라 숲에 도착한 부처님은 “자, 아난아! 이 한 쌍의 사라나무 사이에 머리가 북쪽이 되도록 침상을 준비하여라. 나는 피로하므로 누워 쉬고 싶다”고 말했다. “잘 알았사옵니다. 부처님이시여!” 대답한 아난다 존자는 침상을 준비했다. 부처님은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두 발을 포개어 사자가 눕는 듯한 모습으로 바르게 누웠다.

부처님 열반상은 경전에 나오는 열반 당시 모습을 그대로 조형한 것이다. 머리를 북쪽으로 둔 것은 열반 후에 부처님 가르침이 북쪽 지방에서 널리 오래도록 번창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때문인가. 부처님 가르침은 인도에서는 빛을 잃었지만 인도 북쪽 간다라를 거쳐 중국을 건너 한국에서 널리 번창했다. 마침내 2700여년 만에 한국에서 온 108순례단이 부처님 가신 길을 따라 부처님처럼 걸어 부처님 나라 국민들의 대대적 환영을 받으며 장엄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열반상은 1876년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지배하던 당시, 인도 고고국 관리 커닝햄의 조수였던 칼레일(Carlleyle)이 이곳에서 1.5km 동쪽 히란냐바티 강바닥에서 발굴했다. 적사암(赤砂岩)으로 조성된 불상은 발견 당시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손됐다. 주변에 흩어져 있던 조각을 모아 복원하고, 1956년 불멸(佛滅) 2500년을 기념하면서 미얀마 불교도들이 현재 모습으로 도금했다. 열반상 대좌에 ‘마하비하라의 하리발라(Haribala) 스님의 기금으로 딘(Din)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고 새겨져 있다. 하리발라는 5세기 굽타왕조 때 인물로 추정한다. 부처님이 누워 계신 침상은 길이 7.3m, 높이 0.5m, 불상 키는 6.1m다.

열반당 건물은 남북으로 길고, 동서로 좁은 직사각형이며 건물 양식은 아잔타 제26호 석굴을 모방했다. 1927년 미얀마의 한 불교신자가 지었고 1956년 인도 정부가 수리한 것이다. 열반당 뒤편 높이 55m의 대반열반탑(Mahaparinirvana Stupa)은 아쇼카 대왕이 부처님 열반을 기념해 세웠다. 6세기 초 이곳을 순례했던 현장스님의 <대당서역기>에 따르면 “벽돌로 만든 큰 정사 안에 여래의 열반상이 있다. 머리를 북쪽으로 하고 누워있다. 옆에 아쇼카 왕이 세운 스투파가 있다”고 했다.

열반당 앞에 서 있는 두 그루의 사라나무는 1956년 불멸 2500년을 기념해 부처님 열반 추정지에 식수한 것이다.

■ 가이야네쉬바르 스님 / 쿠시나가르 미얀마사찰 주지

순례단 찾아 선물 "전 세계에 큰 감동 줄 것"
인도-한국 오가며 제민스님과 20년째 인연

부처님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으며 감격에 겨웠던 순례 대중은 부처님 열반지 쿠시나가르 열반당 기원법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대중이 적지 않았다. 가슴 속에서 뭉클거리는 슬픔과 아쉬움, 참회와 법열이 뒤섞였다. 이날 한국의 순례단을 찾아온 미얀마 열반지 사찰의 가이야네쉬바르 스님(Ven A.A.A.B Gyaneshwar)은 열반지를 순례하는 많은 이들이 그렇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86세의 노구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한국불교 순례단을 찾은 가이야네쉬바르 스님은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에게 부처님 열반상을 비롯해 사리탑, 미얀마 가사 등을 선물하고, 부처님 열반성지를 찾아준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부처님 성지를 걸어서 순례하는 한국불교 순례단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야네쉬바르 스님은 부처님 열반성지의 산증인과도 같다. 1963년 미얀마에서 이곳으로 건너와 60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다. 스님이 주석하는 사찰도 열반당과 접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과 태국, 중국, 대만 등의 사찰이 열반지와 1km 거리에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만큼 일찍 자리잡은 덕이다. 다른 나라 사찰이 건립될 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며 열반성지가 대승과 소승을 넘어선 화합의 성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가이야네쉬바르 스님은 특별히 순례단 대중 가운데 제민스님(강화 적석사 주지)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했다. 제민스님이 처음 열반성지를 참배할 때 처음 만났다. 첫 만남 이후 서로 연락처도 없이 지내던 중 제민스님에게 인도 현지 가이드로부터 한국 스님을 찾는 가이야네쉬바르 스님의 소식이 전해와 수년이 지난 후에야 재회하게 됐다. 그 세월이 벌써 20년이다.

제민스님은 “부여 무량사 주지 시절, 인도에서 활동하는 가이드로부터 나를 찾는 인도 스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다시 만나게 됐다”며 “그 이후 서로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인연을 쌓아왔다”고 했다.

가이야네쉬바르 스님은 “제민스님이 한국불교 순례단으로 함께 인도에 왔다는 소식에 더한 감동을 느꼈다”며 “한국불교 순례단의 부처님 발자취를 따르는 수행이 대승불교와 소승불교를 아우르고 전 세계 불자들에게 큰 울림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남은 순례길의 여정에 박수를 보냈다.

인도 쿠시나가르=박봉영 편집국장 bypark@ibulgyo.com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박부영 선임기자 chisan@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