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차 26km를 걸어 누적 567km 걸어

상월결사 인도순례 23일 차. 바이샬리를 떠나 부처님 열반의 길을 따라 북으로 향하는 순례단은 다르파리를 거쳐 케샤리야 대탑에 도착했다.
새벽 2시 길을 나서 다르파리 루프차프라 마도푸르하자리를 거쳤다. 잘 정비된 제방길이었다. 좌우로 마을이 들어서고 그 뒤로 넓은 들이 펼쳐진 풍요로운 마을이었다.
부처님께서 열반을 예고하시고 마지막 길을 떠나실 때 부처님과의 작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바이샬리 사람들도 함께 북으로 향했다. 아마 그 행렬이 지금 순례단이 가는 이 들판길 골목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졌을 것이다.
결국, 부처님은 강을 건너 가셨다. 그런데도 부처님의 열반길을 따라온 바이샬리 사람들은 강을 건너간 부처님을 바라보고 돌아서지 못했다. 부처님께서 이별의 증표로 발우를 강물에 띄워 보냈다. 강에 도착한 발우를 받아 기념탑을 세웠다. 바로 케샤리야 대탑이다.
케샤리야 대탑을 2km 가량 앞두고 큰 길이 나왔다. 왼쪽으로 쿠시나가라를 알리는 안내판을 뒤로 하고 대탑으로 향했다. 부처님께서 남긴 유일한 유품, 발우를 모셨던, 세상에서 가장 크고 높은 탑이다. 발우는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 작은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순례단은 대탑 앞에서 이 날 행선을 회향했다. 부처님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이곳까지 따라온 바이샬리 사람들과 이들을 위해 생명과도 같은 발우를 남겨주신 부처님을 생각하며, 과연 우리도 바이샬리 사람들처럼 부처님을 사무치게 사랑하고 그리워하는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바이샬리 사람들과 이별을 하고 강을 건너가신 부처님은 춘다의 마을에서 공양을 드신 후 쿠시나가라에서 열반에 든다. 순례단은 대탑 앞에서 하루를 야영한 뒤 쿠시나가라를 향해 길을 재촉한다. 23일차 26km를 걸어 누적 567km가 됐다.
한편, 이에앞서 전날 숙영지에서는 다르파리에서는 저녁 예불을 마치고 마을 대표 경찰관, 의료진 교사등과 함께 한국과 인도 만남을 기념하는 공동 식수를 했다. 보리수와 망고나무를 회주 스님을 비롯한 순례단 스님, 신도들이 함께 식수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원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제8조 우바새조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조별로 움직인다. 비구 스님이 5개조이고 비구니 스님, 우바새, 우바이 각 1개 조씩 편성했다. 도보도 조별로, 공양도 조별로 심지어 휴식도 조별이다. 그래서 불교신문도 조별로 소개한다. 바이샬리를 떠나 쿠시나가라 까지 6일간 야영하는 동안, 그리고 룸비니 4일 야영, 유적지가 없는 날을 골라 8조 우바새를 시작으로 1조 어르신들 조 까지 소개할 예정이다. 간단한 프로필과 순례 참가 동기, 순례 동안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등을 담는다. 묵언수행 중인 사람은 필담으로, 그 마저도 사양하는 분은 사진을 싣는다.
8조는 행렬 맨 뒤에서 걷는다. 우바새 거사들이다. 정충래 동국대 이사를 조장으로 중앙신도회 주윤식 회장, 법보신문 김형규 대표 등 교계 명망가에다 기업을 운영하는 이영규 거사는 자비 순례, 삼보사찰 순례 까지 함께 한 도반이다. 원래 4명으로 편성됐다가 2000년생으로 순례단 전체 최연소 조석주 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회장이 대학생 및 청년을 대표해서 참가했다. 이규민 전 국회의원은 가장 늦게 합류했다.

정충래(법명 법운, 봉은사) 조장은 동국대 이사며 중앙신도회 부회장이다. 스님들이 대부분인 순례단에서 재가 거사의 역할과 비중은 조심스럽다. 눈에 띄지 않으면서 소리 없이 자기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은 조장의 리더십, 말 없는 가운데 이끄는 힘 덕분이다. 그는 다른 조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뤄달라고 부탁했다.

주윤식(법명 덕산, 직지사) 회장은 조계종 신도대표다. 그러나 전혀 티를 내지 않는다. 부처님 명호를 부르면서 걷는, 순례 수행자다. 갈수록 얼굴이 맑아지고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 주 회장은 “처음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라며 “걸으면 말을 안 하고 부처님 명호를 부르면서 걸으니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은 평안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 회장은 두 가지 면에서 이번 순례를 통해 놀랐다며 “하나는 주민들 호의이고, 다른 하나는 회주 스님이 오래 전부터 불교 중흥 결사를 준비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 회장은 “어린아이부터 노인들 까지 가는 곳 마다 주민들이 박수 치고 환대하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매우 놀랍고 갈수록 이들과 가까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 회장은 또 “상월결사 회주 스님이 불교 중흥에 대해 언제부터 생각했기에 이런 놀라운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까 궁금했는데, 보드가야에서 9년 전 인도 상황을 보며 우리 한국불교의 미래 모습일 수 있다며 울먹이며 말을 맺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그 때부터 불교 중흥의 싹을 틔운 것을 알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김형규(법명 진여) 법보신문사 대표는 부처님 성지를 걸어서 참배할 평생에 있을 단 한 번의 기회로 알고 많은 준비를 했다. 부처님과 인도에 관한 서적을 탐독하는 것은 물론 체력으로 인해 순례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몸을 만드는 데도 최선을 다했다. 매일 걸어 다리 힘을 길렀으며, 통증 치료를 위해 108배를 쉬지 않았다. 이런 노력은 순례단원들 눈에도 띄었다. 회주스님이 “108배를 완벽하게 행하고 모든 면에서 가장 모범을 보여준다”고 칭찬했다.
김 대표는 언론인답게 순례 후의 대책에도 깊은 고민을 한다. “부처님이 이방인처럼 된 인도와 인도를 닮아가는 우리 모습에서 한국불교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전기를 마련하려는 의미를 지닌 순례이기 때문에 순례가 끝난 후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언론인으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규민( 법명 정진, 전 민주당 국회의원 민주당 전통 문화 발전 특위 위원) 거사는 정치인이다. 전 국회의원이다. 가장 늦게 합류했으며 이미 4명이 자비순례, 삼보사찰 순례로 오랜 인연을 맺은 것과 달리 인도 순례에서 처음 만났다. 그런데 다들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로 착각한다. 그만큼 빠르게 그리고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특히 묵언 수행 중인 이영규 거사와는 오랜 지인으로 여길 만큼 허물 없다. 정충래 이사와는 들판에서 엉덩이를 맞대고 볼일도 함께 본 사이다. 서로가 모든 벽을 걷고 궂은일은 앞장서고 좋은 순간은 나누고 배려하기 때문이다.
이규민 거사는 “아주 놀라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100여명이 외국 그 중에서도 인도에서도 가장 어렵게 산다는 지역을 한 달 넘는 도보가 가능하다는 자체가 놀랍고, 더 놀라운 것은 집단이라는 것은 대개 어려움이 닥치면 싸우고 분열하는데, 여기는 힘들수록 서로 감싸주고 배려하는데 이런 집단이 있다는 것이 아주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놀라운 일이 가능한 것은 같은 목표를 가진 집단이고, 구성원이 스님이며 스님 중에서도 불심이 깊기 때문”이라며 “일반인이라면 불가능한 전무후무한 일이 아주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번 순례를 통해 부처님과 가까워졌으며, 부처님께서 계셨던 역사의 현장을 걷는 느낌이 특별하다며 이래서 순례를 하는구나 배운다”고 말했다.

조석주(법명 혜안, 2000년생)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전 중앙회장, 현 조직팀장이다. 순례단 막내다. 묵언한다. 막내 답게 붙임성도 많고 8조 내에서는 물론 스님들도 많이 귀여워했다. 원인은 결과를 낳고 결과는 또 원인이 되는 것이 인연법이다. 조 전회장의 막내다운 점이 순례 중간에 묵언패를 걸게 했다.
24살에 고된 순례를 자청한 것 만으로도 기특하고 대견하다. 7조 우바이조 정유림 씨와 함께 두 명 뿐인 20대여서 회주스님을 비롯해 순례단의 기대가 크다. 순례단의 화두인 한국불교 중흥의 한 축이 그의 어깨에도 얹힐 것이다. 그러자면 이번 순례에서 더 단단하게 단련될 필요가 있다. “청년포교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참가했다”는 그를 기특하게 보면서도 더 의젓하고 단단하게 커줄 것을 기대하는, 어른들의 복잡한 심사가 이 청년 불자에게 향한다.

이영규(도광, 남대 지장암) 거사는 묵언 수행한다. 대신 필담으로 이렇게 밝혔다.
“경기도 포천에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맨 처음 마곡사에서의 예비순례에 참가한 뒤 회주 큰스님께서 한국불교중흥 한국불교 미래에 대해서 말씀하실 때 재가불자 한사람으로서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도 땅을 처음 밟고 부처님께서 걸으셨던 그 길, 회주 큰스님 그리고 대중 스님들을 모시고 가슴 설레이면서 순례 길에 들어섰을 때 인도 불교가 많이 쇠퇴해 있다고 알고 왔는데 골목길에서 만난 어린아이들의 눈빛은 순수 그 자체, 합장하면서 반겨주는 모습을 보았을 때 가슴 뭉클했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불성이 있다는 것은 인도불교 미래가 밝고 희망적이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저는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에 참여하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43일을 단기출가 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그래서 머리도 짧게 자르고 묵언수행을 시작했고 수승한 순례 기간 동안에 뭔가를 해보자는 마음에서 신심명과 대불정 능엄신주를 외워보리라 다짐을 했는데 부처님 말씀이 우리 중생에게는 그리 쉽게 다가오질 않네요. 그래도 한마음 바꿔 순례기간 동안 묵묵히 정진할 수 있어 불자로서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
8조원들에게 조를 대표할 사람을 뽑아달라고 말하자 이구동성으로 이영규 거사를 추천했다. 수행과 행동 마음 모든 면에서 완벽한 순례자라고 평했다.







인도 비하르주=박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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