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포교하다’

불교가 사라진 인도에서 한국 불자의 순례가 새로운 희망이 움트는 씨앗이 되고 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만들어 낸 것이다. 43일간을 오롯이 걷고 먼지가 날리는 숙영지에서 텐트를 의지해 야영하는 모습을 목격한 인도 현지 주민들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호기심 어린 눈으로 팔짱 끼던 손이, 손을 정갈히 모아 합장하며 인사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시간은 사흘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날이 쌓이면 쌓일수록 길거리에서 만나던 현지 주민들이 순례단 숙영지까지 들어오고 그 숫자도 계속 늘어났다

인도 현지 주민들과의 소통과 교감 역시 포교다. 인도순례단은 숙영지를 찾는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불교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박봉영 편집국장 bypark@ibulgyo.com
인도 현지 주민들과의 소통과 교감 역시 포교다. 인도순례단은 숙영지를 찾는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불교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박봉영 편집국장 bypark@ibulgyo.com

순례 대중의 여법한 모습에
인도 현지 주민들 감동 물결
팔짱끼던 손, 합장으로 바뀌어
집 마당까지 휴식처로 내놓아

상월결사 순례단 보고 감격해
500명 인도불자 불교성지순례
5월5일까지 10800km 길 떠나

“2600년후 다시 돌아온 불교”
숙영지에 3천명까지 모인 주민
한국불자와 화합 한마당 펼쳐
인도에 불교 씨앗 심은 순례단

인도순례 입재에 돌입한지 3일 후, 순례 5일차를 맞은 2월13일부터 순례단은 지나가는 마을마다 뜻밖의 환대를 받았다. 마을 주민들은 인도순례단이 지나가기를 일찍부터 기다리다가 순례 대중 한 명 한 명에게 꽃목걸이를 씌워주고 꽃을 뿌리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인구 대부분이 힌두교도인 인도에서 불교, 그것도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의 불교신자들을 적극 환영하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특히 순례단이 아침공양과 휴식을 위해 빌린 장소인 학교뿐 아니라 주유소, 힌두교 사원에서도 마을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대열을 이루고 꽃을 뿌리는 환영식을 열어줬다. 순례단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자신의 집 마당을 선뜻 제공한 인도 현지 주민이 있을 정도다. 2월13일 인도 불자들을 만난 일은 감동이었다. 새두푸르 마을의 스님이 불자 5명과 순례단의 여정을 함께한 것이다. 10km에 육박하는 거리를 그저 같은 불자라는 이유만으로 함께한 것이라 한국 불자들의 감동은 더욱 컸다.

마헨드라 보디 스님은 “한국에서 불자들이 이곳까지 와서 걷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 나도 함께하게 됐다”며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가 한국에서 꽃을 피워 2600년만에 다시 인도로 돌아온 모습에 환희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불교기’를 들고 함께한 불교신자인 나겐드리 씨는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나와 같은 불자라는 것에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순례 초기, 호기심으로 바라보기만 했던 인도인에게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불자들이며 부처님과 같이 걷기 위해 왔다는 것이 지역언론 등을 통해 퍼지면서 환영의 눈길로 바뀐 것이라 짐작된다. 여기에 순례자, 수행자에 대해 인도인들이 존경하는 태도를 취하는 전통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 순례단을 환영하는 마을 주민들의 한결같은 말처럼 한국 불자들이 부처님의 나라 인도에서 부처님같이 수행하고 순례하는 모습을 보며 인도에서도 불교의 작은 씨앗이 심어지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것이 바로 포교다.’

실제로 인도순례단의 행보가 인도지역 포교로까지 이어진 사례가 발생해 주목된다. 인도순례단이 부처님의 길을 따라 순례하는 모습을 지켜본 인도 스님과 불자 500여 명이 10800km를 순례하기 시작한 것이다. 3월13일부터 비하르 주의 불교유적지를 순례하고 있는 인도 불자 500여 명은 차량, 낙타, 오토바이, 자전거, 도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인도불자의 순례는 인도 모디정부 집권여당 BJP의 보드가야 지역위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순례의 실무를 추진한 판카즈 마스완 씨는 2월22일 상월결사 인도순례 새벽예불 당시 불자 200여 명과 찾아와 회주 자승스님에게 인사하고 이번 행사에 대한 안내장을 전달했다고 인도순례단은 밝혔다. 상월결사 인도순례에 감동받은 인도 불자들의 순례 행렬은 남방불교의 부처님오신날에 해당하는 베삭데이인 5월5일 비하르 주의 주도(州都)인 파트나에서 회향할 예정이다.

인도순례단이 텐트를 친 숙영지에도 큰 변화가 있다. 바깥에서 구경만 하던 현지 주민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순례단과 조우하고 있는 것이다. 순례 30일차인 3월10일 세마라 숙영지에는 지역주민 1000여 명이 운집해 함께 화합의 한마당을 펼쳤다. 이후로 매번 숙영지마다 현지주민들의 방문이 이어져 3000명 선까지 치솟기도 했다. 종교를 초월해 한국에서 온 수행자들에 대해 예의를 다하는 모습이다. 인도 불자들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한국의 스님들에게 넙죽 절을 하기도 하고, 이른 아침부터 기다리다가 아침 공양을 위해 머문 순례단 스님들에게 일일이 몸을 엎드리기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특별하게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는 한국의 형제들을 만나고 싶고 함께 기도도 하기 위함”이며 “한국 순례단의 모습을 보고 불교를 믿게 되는 인도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인도에서 불법을 펼치신 2600년 후, 다시 인도로 돌아온 한국 불자들로 인해 인도 불교가 새로운 봄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은 현실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인도 사찰에서 찾아온 현지 불자들이 회주 자승스님에게 예를 올리고 있다.
인도 사찰에서 찾아온 현지 불자들이 회주 자승스님에게 예를 올리고 있다.
순례단의 포교 공적은 사부대중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8조 우바새들의 행선 모습.
순례단의 포교 공적은 사부대중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8조 우바새들의 행선 모습.
불교기를 높이 들고 순례단과 함께 행선하고 있는 인도 불자들. 그들은 환희심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불교기를 높이 들고 순례단과 함께 행선하고 있는 인도 불자들. 그들은 환희심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인도순례에 감동받은 500명의 인도 불자들이 성지순례를 시작했다. 이 소식을 전한 인도 UNI뉴스.
인도순례에 감동받은 500명의 인도 불자들이 성지순례를 시작했다. 이 소식을 전한 인도 UNI뉴스.

[불교신문 3761호/2023년3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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