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에 펼쳐진 인도불교 모습
황량하고 썰렁하며 마음 아플 뿐
새로운 전도선언을 선포하여
한국불교 미래는 출재가 포함해
사부대중이 함께 만들어갈 것

행선하는 순례단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인도인들.
행선하는 순례단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인도인들.

상월결사 인도순례가 마무리되었다. 도보 순례단은 부처님의 첫설법지였던 사르나트(Sarnath)를 출발하여 마하보디 대탑이 있는 보드가야(Bodhgaya)를 거쳐 영축산과 죽림정사가 있는 라지기르(Rajgir)에 도착했다. 순례단은 계속해서 인도불교 교학의 중심지였던 날란다(Nalanda)를 거처서 아쇼까왕의 기운이 서려 있는 파트나(Patna)에서 갠지스강을 넘어 와이샬리(Vaishali)로 걸었다. 그리고 순례단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던 꾸시나가라(Kushinagar)를 거쳐 네팔로 넘어가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Lumbini)에 도착했고 다시 국경을 넘어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발견된 인도의 피프라와(Piprahwa)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순례단은 부처님께서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르셨던 슈라와스티(Shravasti)의 기원정사에서 43일간 1167km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인도불교의 8대 성지중에서 7대 성지를 도보로 연결한 전대미문의 위대한 여정이었다.

순례기간 중에 인도 외무부에서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여 만든 라지기르의 날란다 국제대학에서 순례를 주제로 국제학회가 있었다. 당시 날란다 대학에 유학 중인 각국의 스님들과 라지기르 주변에 있는 불자들이 학회장에 모였다. 이들 대부분은 상월결사 인도순례의 소식을 접하고 있었고, 어떻게 한국불교가 이렇게 대단한 도보 순례를 기획하고 실제로 해낼 수 있었는가에 놀라고 있었다. 인도에서 오랫동안 동아시아 끝자락의 변방으로 취급받았던 한국불교가 당당히 세계불교의 중심으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사실 한국불교는 오랫동안 국제적인 무대에서 불교의 움직임을 선도하는 활동에 소극적이었다. 간화선을 중심으로 한국불교를 세계화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자기중심적이었으며 그 성과 또한 미미했었다.

상월결사는 ‘앉은 불교에서 움직이는 불교로, 침체된 불교에서 활기찬 불교로, 소극적인 불교에서 적극적인 불교로, 그리고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불교로 전환하는 것이 한국불교의 나아갈 미래’라는 인식하에 기존의 소극적이고 방관적인 관행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사부대중과 함께하는 불교로 전환하는 운동을 해왔다. 상월결사는 2019년 겨울 상월선원 천막결사를 통해 도심에서 포교와 수행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2020년 대구 동화사에서 서울 봉은사에 이르는 만행결사 자비순례를 통해 한국불교가 사회로 나와서 대중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 줬으며, 2021년에는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통해 한국불교가 걸어온 길을 뒤 돌아보면서 불교중흥의 의지를 다지고 변화와 쇄신을 통해 한국불교가 거듭나고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렸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한국불교의 적극적인 포교와 수행이 대한민국이란 작은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에서 생명존중이란 불교 본연의 정신에 따라 부처님과 함께 호흡하고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사부대중이 함께하고 세계불교와 함께하며 새로운 불교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대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고대 인도 불교의 순례네트워크를 새롭게 도보로 연결하여 인도 불교순례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인도의 산치(Sanchi) 바르후트(Bharhut) 사르나트(Sarnath) 등의 불교 유적지의 부조에서 각기 서로가 서로를 널리 홍보해주는 모습들을 통해 이들이 고대에 순례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도에서 이러한 고대불교 순례네트워크를 연결하고 복원하려는 시도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일본의 시코쿠 순례길과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이 인도불교의 성지들을 도보로 연결하려는 시도들 또한 오래전부터 이야기 되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계획에만 거치고 있었고 실제로 이러한 도보 순례를 기획하고 단행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상 아시아의 동쪽 끝에 있는 한국불교가 1167km에 이르는 인도불교 7대 성지의 도보 순례코스를 완성한 것이다.

물론 이번 순례의 종착지인 기원정사에서 서북쪽으로 322km를 더 가면 이번에 연결하지 못한 인도불교 8대 성지의 하나인 상까샤(Sankasya)가 있다. 비록 상까샤를 포함한 8대 성지를 순환하는 도보 순례코스를 완성하는 것이 미래 불자들의 과제로 남겨졌지만, 상월결사 인도순례가 아시아 불교계에 던진 파장은 만만치 않다. 인도불교의 4대 성지인 사르나트, 보드가야, 꾸사나가라, 슈라와스티에는 아시아 각국에서 만든 수많은 불교사찰이 있고 다양한 불교 종파의 수많은 스님이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 불교계의 변방으로 취급되어 온 한국불교의 대규모 순례단이 당당하게 도보로 행진하며 인도불교의 성지들을 순례길로 연결하는 것을 귀로 듣고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이들은 한국불교가 인도불교 성지의 도보 순례네트워크 복원을 통한 아시아불교 부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찬탄하고 있다. 마치 식민지시대 영국의 고고학자들이 인도불교의 유적지들을 발굴하고 보존하여 아시아불교의 르네상스를 만들어낸 것과 같은 역할을 지금 한국불교가 만들어내고 있다고 칭찬한다. 불교의 성지이자 아시아불교의 중심인 인도에서 세계불교의 흐름을 선도하는 한국불교의 새로운 위상을 상월결사 인도순례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국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순례는 인도에서 띠르타 야뜨라(tīrtha yātrā)라고 하며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윤회의 바다를 건너 피안의 세계로 가는 종교적인 수행으로 개개인의 깨달음을 향한 여정의 출발점이 된다. 오랫동안 한국불교는 국내에서 소극적으로 활동하면서 불교의 출발점인 인도와 멀어져 왔고 순례라는 종교적인 수행과도 멀어져 왔다. 따라서 인도는 한국의 불자들에게 너무나 멀리에 있고, 부처님과 함께 호흡하고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너무나 요원하게 느껴져 왔다. 하지만 상월결사 인도순례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한국의 불자들에게 전해지면서 불교의 고향인 인도가 우리에게 친숙해졌으며 우리도 부처님과 함께 호흡하고 우리도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비록 인도에서 도보 순례단이 부처님의 발걸음을 따라 걸었지만, 우리 앞에 펼쳐진 인도불교의 모습은 황량하고 스산하며 군색하고 썰렁하며 부끄럽고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이는 지금 현재 한국사회의 세속화와 저출산 고령화라는 위기에서 한국불교가 위기를 회피하거나 보고도 못 본 척한다면 한국불교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반면교사가 된다. 상월선원 인도순례의 출발점에서 ‘비구들이여’로 시작하는 기존의 전도선언 대신 ‘수행자들이여’로 시작하는 새로운 전도선언을 선포하여 앞으로 한국불교의 미래는 출가와 재가를 포함하는 사부대중이 함께 만들어갈 것을 선언했다. 침몰하는 배에 비유되는 한국불교의 위기를 수행을 중심으로 사부대중이 함께 세상으로 나아가 극복하는 한국불교의 의지가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르나트에서 꾸시나가르로 이어지는 부처님의 여정 매 순간이 불교 전법의 여정이었듯이, 상월결사 인도순례의 공덕이 한국에 거대한 불교 전법의 계기가 되어 한국불교가 세상으로 나가고 한국불교가 중흥하며 한국불교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불교신문 3761호/2023년3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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