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수행하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한국불교의 중흥과 생명존중, 세상의 평화를 기치로 내걸고 43일 동안 부처님의 길을 따라 걸었다. 1167km, 3000리에 달하는 길은 그 거리만으로도 대단하지만, 그 길을 그저 걷지만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눈길을 끈다. 인도순례단은 걷는 시간뿐 아니라 하루종일 수행하고 포교하는, 전법을 실천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순례단이 매일처럼 수행하고 포교하는 일거수일투족은 인도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감화시켜 한국에서 온 수행자들을 존경하게 만들었다. 수행과 포교는 수레의 양쪽 바퀴와 같아서 둘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인도순례단이 펼친 수행과 포교의 업적이 그만큼 지대하므로 억지로 나눠 게재하는 점, 양해 바란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하루는 새벽2시 기상으로 시작한다. 도량석을 마치면 순례대중은 한 자리에 모여 새벽예불을 거행한다. 단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하루는 새벽2시 기상으로 시작한다. 도량석을 마치면 순례대중은 한 자리에 모여 새벽예불을 거행한다. 단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하루종일 수행 이어지는 순례
도량석-조석예불-행선-108배…
‘금강경’ 독송에 개인 수행까지

이제는 108참회 아닌 108원력
‘상월결사 108원력문’ 씨 뿌려
한국불교 중흥 이끌 수행결사
수행·신행·포교 ‘대전환’ 기대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수행’하는 순례다. 새벽 기상 이후부터 저녁 취침시간 전까지 모든 시간이 수행으로 가득하다. 순례 4일차를 맞은 2월12일부터 오전2시(인도 현지시각)에 일어나는 순례일정이 전개되면서 ‘수행하는 순례’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일요일에도 순례 대중에게 쉼은 없다. 오전2시가 되면 어김없이 목탁 소리가 텐트 사이사이를 돌면서 세상의 잠을 깨운다. 도량석이다. 도량석에 맞춰 잠을 깬 순례 대중들은 잠자리를 정돈하고 간단한 채비만 한 채 바깥에 모인다. 오전2시30분. 그야말로 ‘새벽’예불이 거행된다. 예외는 없다. 회주 스님부터 순례단 막내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예불에 참석해야 한다. 아니, 참석한다.

예불이 끝나면 곧바로 행선(行禪)에 돌입한다. 걷는 것도 수행이다. 걷는 것이 수행인 이유는 철저하게 묵언(默言)이 지켜지기 때문이다. 평균적인 행선 거리는 총 25km. 보통 사람의 걸음걸이로 6시간 이상을 꼬박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행선을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침 공양을 하는 시간도 갖는다. 공양 시간도 수행의 일부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거룩한 삼보에 귀의하오며 이 음식을 받습니다. 이 공양이 있기까지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며, 모든 생명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소서. 사바하.” 공양기도문을 반드시 독송한 다음 공양을 한다.

아침공양은 단출하지만, 순례 대중은 감사히 받아 맛있게 먹는다. 공양 시간은 서로 미소 지으며 위로하고 아픈 데는 없는지 살피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리고 또다시 행선.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대중들은 깊은 침묵에 빠진다. 묵언 수행이다.

대중들의 깊은 침묵은 숙영지에 도착하면 해제된다. 잠시 숨을 돌리고 점심 공양을 받은 후, 순례 대중은 각자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도 대중들은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수행을 하는 시간이다. 텐트에서 염불을 하거나 독경을 하거나 참선에 드는 대중도 있다. 이윽고 순례 대중을 기다리는 것은 저녁 예불이다. 오후5시, 모든 대중이 모인 가운데 저녁예불이 거행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108배 수행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종일 지치고 힘들었을 것 같지만 땅바닥에 온몸을 내려놓는 모습에서 피로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 독송 수행까지 마치고서야 하루일과가 마무리된다. 예불과 행선, 108배, 경전 독송까지 매일을 수행으로 가득 채운 순례가 바로 상월결사 인도순례다.

상월결사 지객 원명스님은 “인도순례는 다시없을 기회로서 중요하고 소중한 순례”라며 “부처님과 함께 한다는 의미로 부처님같이, 부처님처럼 우리도 한 시도 지체 없이 수행하면서 수행자의 본분사를 제대로 해보자는 원력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순례단의 수행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108참회문으로 구성됐던 108배 수행이 ‘108원력문’으로 교체된 것이다. ‘상월결사 108원력문’은 수행하면서 원력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된 수행과 포교, 전법의 총화와 같은 강령이 담겼다. “참회라는 밭은 그만 갈고, 이제 원력이라는 씨앗을 뿌리자”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의 말씀이 구현됐다. 순례 대중은 108원력문으로 108배 수행하면서 전법의 씨앗을 심고 있다. ‘순례’라는 수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면서 또다시 ‘원력’으로 불교중흥의 씨앗을 심는 108배 수행까지 선보이고 있는 상월결사 인도순례.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수행 시스템에 대전환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제 한국불교의 수행과 신행, 포교는 ‘상월결사 108원력문’ 이전과 이후가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8참회가 108원력으로 바뀌었다. 저녁 예불 후 108배를 하며 순례 대중은 원력을 새긴다.
108참회가 108원력으로 바뀌었다. 저녁 예불 후 108배를 하며 순례 대중은 원력을 새긴다.
인도순례단은 길이라면 어디든지 다닌다. 행선이 수행인 이유다. 순례단 7조 우바이들의 행선 모습.
인도순례단은 길이라면 어디든지 다닌다. 행선이 수행인 이유다. 순례단 7조 우바이들의 행선 모습.
저녁 예불 후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는 순례 대중.
저녁 예불 후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는 순례 대중.
저녁 예불이 공개되면서 함께 수행하는 현지 주민들이 많다.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저녁 예불이 공개되면서 함께 수행하는 현지 주민들이 많다.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불교신문 3761호/2023년3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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