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나 향해 26km 행선…바이샬리 눈앞
'출가절 발원문' "출가 의미 되새기겠습니다"

부처님 성지를 걷는 인도순례 19일차, 새벽 트럭 사이를 아슬하게 지나는 순례단.
부처님 성지를 걷는 인도순례 19일차, 새벽 트럭 사이를 아슬하게 지나는 순례단.

227일 상월선원 인도 순례 19일 차를 맞았다. 오늘은 음력 28일 부처님께서 출가한 날이다. 순례단도 출가일을 맞아 순례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고 다시 한번 심기를 가다듬었다.

먼저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이 출가일을 맞아 우리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수행자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출가일 하루 전 226일 나란다에서 저녁 법회를 마친 뒤 모처럼 열린 법석에서였다. 스님은 이렇게 일갈했다.

“10년 전 후에 제가 동아일보에서 한 칼럼을 읽었는데 수녀님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글을 썼어요. 우리나라는 신부님도 계시고 목사님도 계시고, 우리 같은 비구 비구니스님도 계신데, 딱 집어서 수녀님 줄어드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걱정의 요체가 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나머지 성직자는 머냐? 호화호식 하고 산다 이런 뜻입니다. 사회의 어두운 곳, 힘들고 어두운 달동네에 성직자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수녀님들 만이 그 어두운 곳에 어려운 손길을 뻗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녀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합니다.

칼럼은 수녀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며 그 부족한 부분을 국가가 예산으로 어떻게 대책을 세워 보충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비구 비구니도 사회의 어두운 곳에 얼마든지 봉사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그 조건을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갈수록 불교는 어려워지는데, 사회에 필요로 하지 않는 불교가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열심히 기도한 들, 사회는 스님네들이 줄든 늘든 관심이 없습니다. 관심이 있는 것은 사회에 필요한 성직자에 대한 것입니다.

내일이면 출가재일 인데 우리는 (사찰 지킬 출가자가 줄어들어) 사찰을 지켜나갈 후손들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사회는 사찰 지킬 후손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아니라 어둡고 힘없는 곳을 돌봐줄 손길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둘 다 놓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에 필요한 성직자도 아니고 우리 대를 이어갈 출가자도 못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누구 잘 못인가? 우리들의 안일한 잘못입니다. 나 혼자, 나만, 출가해서 여러 인연에 얽혀서 주지는 주지하면서 근심 걱정 없이, 선방에서 정진하는 사람은 근심 걱정 없이 한철 보내고 이런 가운데 사회는 불교에 바라는 바가 하나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일 출가재일을 앞두고 우리가 이 순례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성불하십시오

순례단을 지켜보는 인도 학생에게 합장으로 인사하고 있다.
순례단을 지켜보는 인도 학생에게 합장으로 인사하고 있다.

우리는 둘 다 놓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에 필요한 성직자도 아니고 우리 대를 이어갈 출가자도 못 만들고 있습니다.” 뼈 아픈 지적이었다.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결정적 이유가 바로, 필요할 때 없었기 때문이다. 인도가 이슬람의 침공을 받았을 때, 힌두교는 분연히 일어났지만 불교는 없었다. 또 있다. 정법(正法)의 상실이다. 불교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할은 하지 못하면서 그들의 세속적 욕구를 추종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멀어져 부처님께서 외도(外道)로 멀리했던, 기복, 제의식 등에 몰두했다. 이 분야는 힌두교가 훨씬 잘했다. 굳이 불교를 택할 이유가 아무 것도 없었다.

부처님은 왜 출가를 하셨을까? 부처님의 마지막을 전하는 <대반열반경>에서는 마지막 제자였던 수바드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스물아홉에 도를 찾아 출가했으니 이제 출가한지 50년이 넘었구나. 계행과 선정과 지혜의 수행을 홀로 깊이 생각하고 닦았노라 이제 법의 핵심을 설했으되 그 밖에는 사문의

진실한 길이 없노라."

계정혜 삼학을 닦아야 사문이라는 늘 강조하는 가르침이다. 바로 초심(初心)이다. 순례도 출가의 첫 마음을 되돌아 보기 위한 성찰인 지 모른다.

부처님을 모시고 걷는 순례단.
부처님을 모시고 걷는 순례단. 이규민 전 국회의원.
부처님 이운 행운을 안은 강덕순 보살.
부처님 이운 행운을 안은 강덕순 보살.

227일 출가재일 새벽이 밝았다. 심기일전, 출가재일 발원문으로 새벽예불을 봉행했다. 포교원장 범해스님이 부처님 전에 올렸다.

출가재일 발원문

일체중생의 근기 따라 깨달음으로 이끄시는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 지성으로 귀명하옵니다.

우리 상월결사 인도순례자들은 부처님 전에 모여 출가하신 날의 감격과 환희를 떠올리며 저희들의 서원을 담아 발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미혹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출가하셨습니다.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중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출가하셨습니다.

부처님!

지금까지 저희들은 욕심과 자신만의 견해에 사로잡혀 화택과 같은 집에 묶여 살아왔습니다.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저희들도 부처님 출가의 길을 따라 장애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를 서원합니다.

세상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신 부처님!

저희는 지금부터 하루하루 출가의 의미를 되새기겠습니다. 나태하고 안주하기보다 높이 비상하겠습니다. 망설이고 두리번거리기보다 진일보하겠습니다. 조그마한 나에 갇혀 살기보다 큰 나로 살아가겠습니다.

이 발원 공덕으로 저희들의 삶과 일체 중생의 삶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소서.

이 순례의 길 끝에 부처님처럼 깨달음을 얻어 걸림이 없이 살게 하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순례단을 환영하는 어린이 청소년들.
순례단을 환영하는 어린이 청소년들.
순례단을 마중 나온 주민들. 순례단은 환영 나온 주민들에게 합장 인사로 답례한다.
순례단을 마중 나온 주민들. 순례단은 환영 나온 주민들에게 합장 인사로 답례한다.

발원문을 올리고 순례단은 바이샬리를 향해 북으로 길을 잡았다. 케웨이를 출발해 누르사라이 ,하누만가르, 나가르나우사까지 26km 행선이다.

비하르주 주도(州都), 파트나로 향한 길이어서, 차량통행이 많았다. 지금까지 행선 중 가장 위험하고 복잡했다. 경찰의 교통통제도 한계가 있었다. 캄캄한 새벽 도로를 대형 트럭이 질주했다. 길 가장 자리에도 트럭이 정체해 순례단은 트럭 사이를 한 줄로 서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오가는 트럭의 경적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날이 밝아도 트럭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사람은 좁은 골목길 안, 들녘 시골에서 많이 만났다. 큰 길에는 사람 대신 차가 주인 노릇을 했다. 그래도 간간히 만나는 사람들은 박수로 환영하고 합장으로 인사했다. 새까만 피부에 맑은 눈망울을 지닌 아이들은 신기한 듯 쳐다보고 소녀는 수줍은 웃음으로 인사했다. 청년들은 너나 없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나이든 이들은 합장 기도로 맞이했다. 어디를 가든 순례단이 만나는 인도인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오전 10시 쯤 나가르나우사 시내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이 날 행선을 마무리했다. 트럭과 많은 차량 때문에 힘든 길이었다. 19일차 누적 거리 427km. 다음 날은 비하르 주 주도 파트나를 지난다. 인도를 최초 통일한 마우리야 왕조의 수도다. 갠지스강을 가로 지르는 장장 10km에 이르는 간디교를 지나면 바이샬리가 지척이다.

순례단 건강 문제에대해 브리핑 하는 김명숙 팀장(왼쪽).
순례단 건강 문제에대해 브리핑 하는 김명숙 팀장(왼쪽).

“순례단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행복합니다”
순례단 의료팀 한국불자들 염려에 안심 당부

“한국에 계신 불자 여러분 순례단 건강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많이 힘들지만 순례 의지가 넘쳐 잘 극복하고 있습니다” 

순례가 중반을 넘기면서 발, 무릎, 장염, 감기 등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고 이 소식이 한국에 전해지면서 불자와 가족들의 우려가 커지자 순례단 대변인 종호스님과 의료팀 김명숙팀장이 기자 간담회를 자청했다.

종호스님은 “한국불자들께서 순례단 건강 걱정한다는 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결론적으로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스님은 “실제 물집 발목 관절 기온차로 인한 감기 등이 많지만 인도 오기 전 충분히 예상했던 상황”이라며 “걱정할 만큼 많이 힘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호스님은 “회주 스님이 순례단 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텐트를 둘러보고 안전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순례단 대중도 서로 서로 돕고 배려해 잘 적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숙 의료팀장은 “초반에는 물집 등 발 무릎 관련 병이 많다가 차츰 장염 등 물관련 질환이 많았고 중반을 지나면서는 의료팀을 찾는 사례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후반에 들어가면 적응을 해서 줄어들지, 더 나빠질지는 반반 정도”라고 말했다. 김팀장은 “다만, 기저질환이 있으신 분은 합병증 등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 해야하는데 빡빡한 일정 때문에 복약 시간을 놓친다든지 하는 염려가 있다”며 “이런 분들에 대한 관리를 집중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종호스님은 “건강 문제가 있어도 스스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스님이 대부분일정도로 의지가 강하고 조별로도 늘 건강 등을 점검한다”며 “다시 한번 건강 문제에 대해 큰 걱정 하지 않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팀장은 “오기 전부터 예상되는 병에 관해 철저히 준비하고 한국에서 3분 의사가 교대로 파견오고 동국대 일산 병원 등과도 연계하는 등 혹시 있을지 모를 상황을 잘 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환경이 워낙 열악해서 긴장을 놓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동국대 일산 경주 병원은 현지 주민과 순례단을 위한 의료봉사도 진행 중이다. 2월22일 보드가야 마하보디 사원 입구에서 순례객과 주민을 위해 경주 병원 의료팀이 봉사활동을 했으며, 3월 8, 9일에는 쿠시나가라에서 일산 병원 팀이 봉사한다.

어스름한 새벽, 즐비한 차량의 운행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걷는 순례단.
어스름한 새벽, 즐비한 차량의 운행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걷는 순례단.
추위를 녹여준 호박죽 아침 공양.
추위를 녹여준 호박죽 아침 공양.
합장하며 순례단을 반기는 주민.
합장하며 순례단을 반기는 주민.
고된 순례길이지만 주민들의 박수와 함성이 쏟아지면 순례단은 큰 힘을 얻는다.
고된 순례길이지만 주민들의 박수와 함성이 쏟아지면 순례단은 큰 힘을 얻는다.
합장으로 반갑게 맞아주는 주민들.
합장으로 반갑게 맞아주는 주민들.
주행 중인 차량과 함께 걷고 있는 순례단.
주행 중인 차량과 함께 걷고 있는 순례단.
하루 일정을 마치는 회향의 시간. 덕진스님.
하루 일정을 마치는 회향의 시간. 덕진스님.
하루 일정을 회향하는 설암스님.
하루 일정을 회향하는 설암스님.
하루 일정을 회향하고 있는 스님.
하루 일정을 회향하고 있는 묘수스님.
순례단을 환영하고 있는 주민들.
순례단을 환영하고 있는 주민들.

인도 비하르 주=박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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