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불 108배 경전독송에 공양기도까지
“제대로 수행하고 제대로 순례하자”
두 분 부처님 모시며 점안의식 거행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수행하는 순례다. 새벽 기상 이후부터 저녁 취침시간 전까지 모든 시간이 수행으로 가득하다. 순례 4일차를 맞은 2월12일부터 오전2시(현지시각)에 일어나는 순례일정이 전개되면서 ‘수행하는 순례’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인도순례의 하루일과는 순례 대중에게 제공된 안내책자와 준비모임에서 이미 제시됐지만, 인도 현장에서 그대로 실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월12일 일요일이지만 순례 대중에게 쉼은 없다. 오전2시가 되자 대중 스님이 목탁을 치며 텐트 사이사이를 돌면서 세상의 잠을 깨운다. 도량석이다. 도량석에 맞춰 잠을 깬 순례 대중들은 잠자리를 정돈하고 간단한 채비만 한 채 바깥에 모인다. 오전2시30분. 그야말로 ‘새벽’예불이 거행된다. 예외는 없다. 회주 스님부터 순례단 막내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예불에 참석해야 한다. 아니, 참석한다.
예불이 끝나면 곧바로 행선(行禪)에 돌입한다. 걷는 것도 수행이다. 걷는 것이 수행인 이유는 철저하게 묵언(默言)이 지켜지기 때문이다. 순례 4일차 행선은 오전2시50분에 시작됐다. 이날 행선할 거리는 총 24km. 보통 사람의 걸음걸이로 6시간을 꼬박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행선을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침 공양을 하는 시간도 갖는다. 공양시간도 수행의 일부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거룩한 삼보에 귀의하오며 이 음식을 받습니다. 이 공양이 있기까지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며, 모든 생명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소서. 사바하.” 공양기도문을 반드시 독송한 다음 공양을 한다.
아침공양은 단출하다. 삶은 달걀, 견과류, 치즈 한 조각, 과일주스, 플레인 요거트, 귤 한개, 물 한병. 순례 대중은 감사히 받아 맛있게 먹었다. 서로 미소 지으며 위로하고 아픈 데는 없는지 살피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리고 또다시 행선.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대중들은 깊은 침묵에 빠진다. 묵언 수행이다.
대중들의 깊은 침묵은 이날 오전8시40분에 해제됐다. 4일차 목적지인 카코리야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날 숙영지는 야외예식장. 잠시 숨을 돌리고 점심공양을 받은 후, 순례 대중은 각자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도 대중들은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수행을 하는 시간이다. 텐트에서 염불을 하거나 독경을 하거나 참선에 드는 대중도 있다. 이윽고 순례 대중을 기다리는 것은 저녁 예불이다. 오후6시, 모든 대중이 모인 가운데 저녁예불이 거행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108배 수행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종일 지치고 힘들었을 것 같지만 땅바닥에 온몸을 내려놓는 모습에서 피로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 독송 수행까지 마치고서야 하루 일과가 마무리된다. 예불과 행선, 108배, 경전 독송까지 매일을 수행으로 가득 채운 순례가 바로 상월결사 인도순례다.
상월결사 지객 원명스님은 “인도순례는 다시없을 기회로서 중요하고 소중한 순례”라며 “부처님과 함께 한다는 의미로 부처님같이, 부처님처럼 우리도 한 시도 지체 없이 수행하면서 수행자의 본분사를 제대로 해보자는 원력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순례단은 두 분의 부처님과 함께 걷고 있다. 2월11일 사르나트 녹야원에서 점안의식을 거행한 부처님과 같은 날 저녁에 점안한 또 다른 부처님이다. 이른바 ‘작은 부처님’은 순례 대중이 직접 앞으로 메고 순례길에 나선 한국불자들을 인도하는 부처님이다. 나중에 모신 부처님은 석조 부처님으로 전체가 하얗다. ‘작은 부처님’과 비교해서 신장이 높아 ‘큰 부처님’이라고 할 수 있다. ‘큰 부처님’은 대중들이 머무는 곳에 상주하며 아침과 저녁 예불할 때 모시는 부처님이다.
2월13일 5일차를 맞이하는 인도순례단은 오전3시에 출발하는 본래 순례일정을 계속한다. 카코리아를 출발해 쉬브람푸르에 도착할 예정으로 전체 25km 길을 걸어가게 된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곳인 보드가야로 향하고 있는 순례단은 앞으로 열흘을 더 걸어 2월21일 부처님 성도지에 당도할 계획이다.

















인도 람나가르·카코리야=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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