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입재식 거행
회주 스님 전도선언 직접 낭독
“세상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인간의 행복 위해 길을 떠나라”

“수행자들이여, 세상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라. 인간의 이익과 번영과 행복을 위해서 길을 떠나라. 둘이 가지 말고 홀로 가라. 처음도 아름답고 중간도 아름답고 마지막도 아름다우며, 말과 내용을 갖춘 법을 설하라. 완전히 이루어지고 두루 청정한 삶을 널리 알려라.”
새로운 전도선언이 선포됐다. ‘생명평화, 붓다의 길을 걷다’는 슬로건을 품고 2월9일 인도로 향한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부처님의 전도선언을 이어 새로운 전도선언을 천명했다. 21세기 전도선언이라 일컬어질 만한 ‘상월결사 인도순례 전도선언’은 2월11일 오전7시(현지시각) 인도 사르나트 녹야원에서 거행된 인도순례 입재식에서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낭독했다.
“수행자들이여”로 시작하는 전도선언은 불교의 핵심 가르침인 ‘중도(中道)’를 배워야 하며, 항상 겸손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마지막 구절은 부처님의 전도선언과 비슷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언어와 현실을 반영했다. “세상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라. 인간의 이익과 번영과 행복을 위해 길을 떠나라….”
상월결사 인도순례 전도선언은 전날인 2월10일 회주 자승스님이 순례 대중에게 설한 법문 내용의 압축판이라고 할 만하다. 회주 스님은 한국불교를 살릴 길은 ‘포교’라 설파했다. 그러므로 ‘전도선언’은 인도순례의 목적을 총화했다고 할 수 있다. 인도순례를 계기로 한국불교는 새로운 시대의 전도선언을 선포하고 포교에 전력하겠다는 원력을 세우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입재식은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최대한 간소하게 거행됐다. 한국과 인도 등지에서 직접 찾아온 500여 사부대중은 인도순례의 원만 회향을 기원했다.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원행스님, 원로의원 보선스님, 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중앙승가대 총장 월우스님, 22교구본사 대흥사 주지 법상스님, 군종특별교구장 능원스님, 서울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 보드가야 분황사 주지 붓다팔라 스님 등 종단의 중요한 인사들이 방문했지만 그 흔한 축사의 자리조차 가질 수 없었다. 어른 스님들이 순례 대중을 배려해 간소한 행사를 치르기를 바랐다는 후문이다. 외빈으로는 산카 미쉬라 우타르 프라데시(UP)주 보건장관, 장재복 주인도 한국대사 등이 자리를 같이했다.
이날 입재식에서는 중요한 두 가지 의식이 있었다. 순례단을 이끌어 줄 부처님을 점안하는 의식과 녹야원을 대표하는 다메크 스투파에 가사를 바치는 공양 의식이 그것이다. 높이 40cm의 목조 부처님은 이날부터 순례단의 맨 앞에서 인도순례를 장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부처님은 점안의식을 마친 후 회주 자승스님이 직접 부처님을 모시고 앞장서서 순례를 시작했다.
가사공양은 108m에 이르는 가사를 조성해 다메크 스투파를 둘러쌌다. 한국불자들이 부처님을 공양한다는 의미를 담은 의식으로, 부처님 열반지인 쿠시나가르 등 앞으로도 몇몇 성지에서 의식을 더 거행하게 된다.
1시간 가량의 입재식을 마친 순례단은 쉴 틈 없이 곧바로 순례에 돌입했다. 복잡한 차로와 골목, 시장 등을 통과하며 6km를 걸어 갠지스강에 도달했다. 순례단은 갠지스강부터는 다섯 척의 배에 나눠 타고 반대편 강가로 향해 떠났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인 갠지스강은 미래 삶의 행복을 위해 몸을 씻는 사람들과 이생에서의 삶을 다한 사람들이 화장(火葬)하는 곳이 공존한다. 1시간 30분을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의 공존을 목격하며 나아간 순례단은 람나가르의 한 항구에 도착, 순례 3일차 일정을 마무리했다.
순례단은 3일차인 이날부터 야외 숙영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한다. 그리고 다음날인 2월12일4일차부터는 오전2시 기상해 오전3시에 출발하는 일정도 전개한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전도선언문
수행자들이여,
육체의 요구대로 자신을 내맡겨 버리는 쾌락의 길과 지나치게 학대하는 고행의 길에서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이 두 가지 극단을 버리고 중도를 배워야 한다. 여래는 중도를 잘 알아차려 마침내 열반에 도달한 것이다.
진리를 배우고자 하는 세상의 모든 학인이여,
중도는 여덟 가지로 되어 있다. 팔정도는 진리에 이르는 바른 길이지만 누구도 대신할 수 없으니 실행하는 것은 각자의 노력이다. 이 길을 걸어가면 더없이 밝고 높은 진리의 세계에 이르노라.
수행자들이여,
법을 전할 때 남에게 존경받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너희가 전하는 법을 듣고 사람들이 기뻐할 때 너희들은 교만해지기 쉽다. 자기만의 공덕으로 삼으면 이 또한 법을 먹고 사는 아귀와 같으니, 그러지 않도록 항상 겸손하게 길을 나서라.
수행자들이여,
세상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라. 인간의 이익과 번영과 행복을 위해서 길을 떠나라. 둘이 가지 말고 홀로 가라. 처음도 아름답고 중간도 아름답고 마지막도 아름다우며, 말과 내용을 갖춘 법을 설하라. 완전히 이루어지고 두루 청정한 삶을 널리 알려라.
인도 사르나트·람나가르=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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