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일간 이어진 1167km 순례길
걸음마다 보현행원의 복덕 같아
위대한 여정 아름답게 마무리돼
원만회향 자체가 바로 부처님 뜻
한국불교가 당면한 피폐의 현실
스스로 반성하면서 그와 동시에
불교중흥 세계평화 발원하는 것
상월결사 인도순례길의 큰 의미

한국 불교계가 단합하여 이루어낸 ‘상월결사 인도순례’의 위대한 장정이 끝났다. 지난 2월9일부터 3월23일까지 43일간 108명의 불자가 함께 행하는 이 거대한 불사는 불교의 오랜 역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장엄하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부처님의 길을 따라가며 부처님의 마음을 닮고자 한 한국 불자들의 순수한 원력이 응집된 수행 과정이다. 조계종은 이 순례의 길을 종단의 큰 행사로 열어 놓으면서 이를 불교중흥의 계기로 삼고 있다. 올해는 한국과 인도의 수교 5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한국 불자들이 성지를 순례하는 수행의 참모습을 통해 인도인들에게도 불교의 가르침의 넓은 뜻을 새롭게 밝힐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길을 부처님의 뜻으로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인도순례의 여정은 서울 조계사에서 지난 2월9일 열린 고불식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틀 후 인도 바라나시 인근 사르나트에서 입재식을 올렸다. 녹야원으로 더 많이 알려진 사르나트는 부처님의 최초 설법지다. 인도순례단은 부처님 가르침의 참뜻을 새기며 긴 순례의 본격적인 여정을 바로 이곳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성지 보드가야를 찾았다. 인도 동부 나이란자나 강 서안에 있는 부처님의 성도지가 바로 보드가야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커다란 깨우침을 얻은 이곳에서 순례단은 부처님의 가르침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다시 헤아리며 법회를 열었다. 한국에서 순례단을 응원하기 위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수많은 불자가 직접 법회에 참석했다.
법회를 마친 후 순례단의 발길은 부처님이 열반하신 쿠시나가르를 향했다. 여기서 입멸의 의미를 다시 새기면서 인도 국경을 넘어 네팔 룸비니를 찾아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의 거룩한 의미를 되새겼다. 순례길의 중도에 나란다 대학에서는 한국과 인도의 학자들이 한데 모여 순례지를 주제로 한 국제 세미나도 열렸다. 인도 순례가 한국과 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민간외교 사절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3월20일 쉬라바스티 기원정사에서 거행한 회향법회가 부처님의 길을 따라 이루어진 인도 순례의 종착점이다. 이 회향 법회에서 모든 불자는 순례단의 위대한 여정이 아름답게 마무리된 것이 바로 부처님의 뜻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상월결사 인도순례의 의미는 순례단을 이끌고 계신 회주 자승스님이 고불식에서 올린 다음과 같은 말씀 속에 잘 드러나 있다. “부처님께서 뭇 생명들에게 앞서 다가가셨듯 인도순례단은 같은 마음으로 같은 길을 따라 길 위에서 자고 먹으며 부처님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내딛는 걸음을 고행이라 여기지 않고 걸음마다 보현행원의 복덕으로 삼아 무엇을 위해 걸으셨고 누구를 위해 걸으셨는지 묻고 답을 찾으며 모두가 그 처음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각자는 일생일대의 더없는 수행의 기회로 삼고 모두는 불교의 희망과 수행과 원력을 이끌게 하는 더없는 계기로 삼겠나이다. 상월의 정진이 불교의 중흥으로 나아가고 모든 생명이 차별없이 사회와 인류가 화합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부처님의 길에서 정진하겠습니다.” 이 말씀 그대로 인도순례는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르는 힘든 여정이었지만 위대한 깨달음에 이르는 구도의 길이 되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2019년 ‘아홉 스님’의 상월선원 천막결사에서 보여준 불교계의 뼈저린 자기반성에서 비롯된 각성의 결과물이다. 한국불교가 당면하고 있는 피폐의 현실을 스스로 반성하면서 동시에 불교의 중흥을 기원하고 부처님의 뜻으로 세계평화를 발원한다는 것이 바로 이 순례길의 큰 의미이다.

이번 인도순례는 불교가 자취를 감춰버린 인도에서 부처님의 길을 따라 걷는 한국 불자들의 수행 과정을 그대로 인도인들에게 보여주었다. 회주 자승스님을 필두로 모든 불자는 생명 존중과 평화라는 부처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함께 순례의 길에 올랐다. 순례단은 부처님의 성지를 돌면서 무려 1167km를 43일간 밤낮없이 걸었다. 이 길은 한반도 남단의 부산에서 함경도의 회령까지를 종단하는 삼천리 길과 비슷한 거리다. 이 순례의 길에는 스물아홉 밤을 텐트에서 야영해야 하는 힘든 여정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인도순례단은 기꺼이 이 고통스런 발걸음을 부처님의 뜻으로 받아들였으며 수행과 발원으로 그 의미를 더욱 확장했다.
우리 불교계는 이번 인도순례를 통해 부처님의 자비와 상생의 가르침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큰 힘을 지니고 있음을 스스로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불자들의 낯선 행렬을 뜨겁게 환영해준 인도와 네팔의 시민들은 모두가 서로 다른 모습이었지만 부처님의 자애 속에서 한마음으로 서로 통했다. 지금은 인도불교가 몇몇 유적으로만 남아 있는데 한국의 불자는 먼 동방의 나라에 꽃피웠던 불교의 정신을 스스로 입증해 보여야 하는 위치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순례단의 행렬은 부처님의 품 안에서 이루어졌으며 부처님의 자애로움에 감화를 받은 인도와 네팔의 시민들은 순례단을 향하여 환호하고 꽃을 뿌렸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그 참뜻은 이렇듯 언제나 청정하고 무구하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단순한 불교 성지의 순례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가르치신 깨달음의 성스러운 세계를 세속의 한국적 현실과 연결하여 정신적으로 왕래하는 일이다. 이것은 새로운 불교정신을 창조하고 그 경험을 통해 모든 불자가 스스로 각성하여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힘든 수행의 과정이기도 하다. 침체에 빠져든 한국불교가 다시 중흥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실천 수행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하신 영축산에서 순례단은 이 순례의 길이야말로 모두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더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한 실천 수행임을 다시 확인했었다. 모든 불자는 끊임없이 수행해야만 하고 수행을 통해서만 부처님이 가르치신 깨달음을 얻는다. 깨달음은 궁극적으로 자기로부터 해탈해서 자유로워지는 것이지만, 자기 존재를 발견하고 끊임없이 반성하면서 자기 개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그 실천적 의미를 인정할 수 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불자로서 높은 깨달음으로 가는 힘찬 여정을 인도에서 다시 시작함으로써, 석가모니 부처님의 이름으로 불교를 통해 한국과 인도가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부처님의 자취가 남아 있는 길 위에서 부처님과 함께 호흡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부처님의 길을 인도에서 새롭게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은 길 위에서 시작되었다. 부처님의 커다란 깨달음도 길 위에서 이루어졌다. 부처님은 길 위에서 수많은 백성을 만나 그 설법으로 모두를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부처님이 적멸에 든 것도 길 위에서였다. 부처님은 언제나 삶의 참뜻을 길 위에서 찾도록 가르쳤으며 결국 불교의 가르침은 길 위에서 큰 뜻을 이루었다.
우리 순례단은 부처님의 길에서 그 가르침을 받들면서 한국불교 중흥을 향한 의지를 굳게 다졌고 생명의 존귀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더욱 널리 알렸다. 세속의 세계에서 성스러운 부처님의 높은 세계로 올라가는 이 구도의 순례 행렬은 앞으로 더 고되지만 숭고하게 이어져 나갈 것이다.

[불교신문 3761호/2023년3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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