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사라진 인도에 새롭게 불심 씨앗 뿌려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비구 스님 5개 조와 비구니 스님, 우바새, 우바이 각 1개 조씩 총 8조로 구성돼 있다. 조 단위로 움직이는데, 행선도 조별로, 공양도 조별로 심지어 휴식도 조별이다. 반결제를 지나고, 회향이 가까워진 지금 조별 인터뷰를 통해 순례 참가 계기와 소회를 들어봤다. 첫 번째로 소개할 조는 5조 비구 스님, 6조 비구니 스님, 7조 우바새, 8조 우바이이다. 순례단은 부처님 전법의 길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인도인에게 불교를 재각인 시킨다는 점에서 뜻깊은 행선이 됐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또 특별한 기회를 준 회주 자승스님에게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다.

쿠시나가르 부처님 다비탑에서 회주 자승스님과 함께한 5조 비구 스님들. 
쿠시나가르 부처님 다비탑에서 회주 자승스님과 함께한 5조 비구 스님들. 

5조 비구 스님
비구 스님은 순례단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 1조부터 5조까지 구성돼 있다. 그 중 5조는 인원이 가장 적은 8명이다. 5조는 한국에서 진행했던 순례에 참가하지 않았던, ‘뉴페이스’가 대부분으로, 수좌, 주지 등 다양한 소임을 맡고 있다. 스님들은 한국불교 중흥은 신분 억압에서 벗어나게 하셔서 인도인에게 감동을 주었던 부처님처럼 불교중흥도 결국은 어떻게 감동을 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데 공감했다.

5조 조장 삼조스님(중앙종회의원)은 “합장하면 손을 치켜 세워 맑게 웃는 모습에서 순례의 작은 씨앗은 뿌려진 듯 하다”며 한국불교가 나서 부처님 가르침이 유물로만 전해지는 인도에 다시 불심을 심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평가했다.

보성스님(선원 수좌, 각화사), 능원스님(수국사) 등 대부분 스님들은 부처님 성지를 도보로 걷고 싶은 간절한 열망을 갖고 있다가 참여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시관스님(봉암사 수좌)은 “인도에서 제가 많은 것을 갖고 살고, 주변 여건이 좋아 행복을 몰랐다는 걸 알았고, 진정한 깨달음은 마음의 평화인데, 자연과 동화되면서 내려놓는 걸 깨달았다”며 “이번 인도 성지순례가 인도에 불교를 점화하는 시점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만스님(대구 소재사 주지)은 “걸으면서 우리가 많은 걸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다”며 “주민들과 눈을 마주쳐보니 마음속에 부처님 씨가 살아있음을 보았다. 그들 중 한 두 명이라도 불교를 공부한다면 인도에 불교가 전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법본스님(약사사 총무국장)은 “배탈 설사로 탈진해 고생했지만 도반 스님들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고 감사인사를 하며 “순례를 계기로 불교중흥을 위해 지혜와 원력을 모아 순례 정기화, 청소년 교육 등으로 구체화 한다면 신심이 증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각일스님(오세암)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박수 치고 합장하며 맞아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나라에 부처님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보았다”며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부처님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진짜 불교이고 부처님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전했다.

도봉스님(성남 원적정사)은 “한국불교가 그래도 괜찮다 안일하게 생각했음을 인도에 와서 깨달았다”며 “보드가야에서 회주 스님 지적했듯이 우리가 잘못하면 한국불교도 인도처럼 유적지로만 남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앞으로 포교에 전념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바이샬리 대림정사터에 선 6조 비구니 스님들. 
바이샬리 대림정사터에 선 6조 비구니 스님들. 

6조 비구니 스님
비구니 스님 11명 가운데에는 침묵하며 합장한 도연스님(봉화토굴)을 제외한 10명의 6조 비구니 스님들 소감이 절절하다.

6조 조장 묘수스님(제25교구본사 봉선사)은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들 근기에 맞게 법문하신 부처님은 정말 위대한 분이라는 것을 순례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선해스님(행복한 행복 선문화원 원장)은 “회주 스님부터 8조까지 함께 행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 일심이고 수행이고 사부대중 불교를 꽃피우는 모습이라 거룩해 눈물이 났다”고 한다.

원해스님(서래암)은 “생명존중 불교중흥 염원으로 걷고 있다”며 “앞으로 ‘부처의 길을 걷다’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순례길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해스님(운문사)은 “인도 주민들 보며 환희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며 “한편으로는 한국불교를 어떻게 중흥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는 속내를 밝혔다.

현조스님(보국사 주지)은 “다리를 다친 후 포기할까 생각했었지만, 회주 스님이 휠체어를 타서라도 다 같이 회향하자는 말씀에 환희심을 느꼈다”며 “대중 축원하며 순례 중”이다.

정혜스님(고창 마하사 주지)은 “순례하며 대중이 부처님이구나 배우고 느꼈다. 혼자서 못 걷는 길을 대중이 이끌어줘 가능했다”며 “인도인들이 환영하는 모습 보면서 순례단이 한국불교는 물론 인도불교와 세계불교 중흥을 이룰 수 있겠다는 환희심이 났다”고 했다.

해인스님(영광 행복숲 마하사주지)은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많게 가졌다거나 적게 가졌다거나 하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사는 가에 달렸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소감을 말했다.

원준스님 (강화 교동도 화개사 주지) “많은 인도인들을 보면서 ‘모든 생명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소서 사바하’라는 공양게를 저절로 한다”며 인도에 불교가 되살아나길 기원했다.

수문스님(금성사 주지)은 “부처님 제자답게 흉내라도 내면서 열심히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덕진스님(용인 법륜사)은 “바이샬리에서 여성들 출가를 허락해주셔서 제가 이렇게 비구니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며 “비구니 사찰도 발전하고 남방불교에 비구니 계단이 다시 설 수 있게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쿠시나가르에 도착한 7조 불자들. 
쿠시나가르에 도착한 7조 불자들. 

7조 우바이
보살님이라고 부르는 우바이 조는 6명이다. 묵언수행 종인 백금선 보살을 빼고 5명은 인도 순례 어려움과 감동, 깨달음 등을 들려주었다.

이태경 조장은 “부처님을 안는 순간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났다. 이 모든 기회를 준 자승스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자비나눔을 많이 하고 싶고, 계기가 된다면 한국과 인도간 불교 문화 교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애쓰고 참여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경 보살은 바이샬리 아난다존자 탑에서 봉행한 천도재 설판재자(設辦齋者)로 나서 모친 성불화 서춘희 여사 1주기를 맞아 순례단 대중 모두 건강하고 여법하게 회향하기를 발원하기도 했다.

정유림 씨는 “부처님 나라를 걸어서 순례한 이 복을 다 함께 나누고 싶고, 느낀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하려고 한다”며 “인도에서 불교가 많이 살아났으면 좋겠고 한국에서도 저처럼 청년불자들이 많이 나오도록 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덕순 보살도 “인도에 항상 부처님 가피가 가득하기를 발원한다”며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다. 저도 더 좋은 실천행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성계순 보살은 “국내에서 두 번 순례할 때는 불자가 아니면 쳐다도 안 보는데, 여기는 불교신자 아닌 사람들까지 다 나와서 환영하고 박수치고, 우리가 가는 날은 동네 잔치날이었다”며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과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정말 매 순간이 소중하고 환희에 찬다”고 말했다.

김정숙 보살은 “인도 오기 전에는 생명존중, 평화, 전쟁, 질병 이런 거대한 원력을 가졌는데 와서 보니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바로 부처님이었다”며 “모르는 사람을 환영하고 꽃 뿌려 주고 먼지 난다고 물 뿌려 주는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자비 없이 불교중흥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원만회향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8조 불자들. 
상월결사 인도순례 원만회향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8조 불자들. 

8조 우바새
거사들로 구성된 8조는 행렬 맨 뒤에서 걷는다.

정충래(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조장은 눈에 띄지 않으면서 소리 없이 자기 역할을 잘 해내는 조장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주윤식 중앙신도회 회장은 조계종 신도대표로 “주민들 호의와 회주 스님이 오래 전부터 불교 중흥 결사를 준비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회주 스님이 보드가야에서 9년 전, 인도 상황을 보며 우리 한국불교의 미래 모습일 수 있다며 울먹이며 말을 맺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그 때부터 불교 중흥의 싹을 틔운 것을 알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김형규 법보신문사 대표는 “부처님이 이방인처럼 된 인도에서 한국불교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전기를 마련하려는 의미를 지닌 순례이기 때문에 순례가 끝난 후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규민(전 민주당 국회의원 민주당 전통문화 발전 특위 위원)거사는 “개인적으로 이번 순례를 통해 부처님과 가까워졌으며, 부처님께서 계셨던 역사의 현장을 걷는 느낌이 특별했다”고 말했다.

2000년생으로 최연소 참가자인 조석주(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전 중앙회장)씨는 24살에 고된 순례를 자청한 것만으로도 기특하고 대견하다. 순례단의 화두인 한국불교 중흥의 한 축이 그의 어깨에도 얹힐 것이다.

묵언 수행 중인 이영규 거사는 필담으로 “개인적으로 43일을 단기출가 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며 머리도 짧게 자르고 묵언수행을 시작했는데 정진하면서 불자로서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며 “골목길에서 만난 어린아이들의 눈빛은 순수 그 자체, 합장하면서 반겨주는 모습을 보았을 때 가슴 뭉클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불교신문3759호/2023년3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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