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우민사서…한중불교 ‘황금유대’

총무원장 지관스님(왼쪽)과 중국불교협회 회장 이청스님이 기념비를 보며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 양국 불교 정상의 마주잡은 손에서 한 형제라는 동료의식과 우호증진이 꽃피었다.
“도의조사 1200년 만에 다시 중국에 나투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선(禪)의 뿌리를 내리고 조계종의 물줄기를 터놓은 도의조사의 원대한 뜻이 1200여년 만에 법제자들에 의해 다시 구현됐다. 조계종과 중국불교협회는 지난 11일 중국 장시성(江西省) 난창(南昌)에 위치한 우민사에서 ‘조계종조 도의조사 입당구법기념비 제막식’을 봉행했다. 우민사(옛 홍주 개원사)는 도의조사가 784년 서당지장선사를 만나 법을 받은 곳으로, 이후 스님은 신라로 건너와 가지산문을 개창하면서 조계종의 뿌리를 드리웠다.
이번 제막식은 조계종이 지난해 2월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직접 답사를 다녀오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기념비 건립사업을 14개월 만에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우민사 동불전(銅佛展) 앞마당에 자리한 기념비는 귀부와 이수(거북모양의 비석 받침돌과 비석에 얹는 머릿돌)를 포함해 높이 5.16m에 이르며, 비석만 2.7m에 달한다.
비석에는 조사의 행장을 포함해 모두 4718자가 국·한문 혼용으로 새겨졌다. 기념비는 예술적 가치도 돋보여, 반대편에 자리하면서 청대에 세워진 우민사 중수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번 제막식은 조계종에게는 종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선종의 유일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날이었으며, 중국불교로서는 한국불교와 근원이 같은 형제라는 인식을 공고히 하면서 긴밀한 ‘황금유대’를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한국과 중국불교의 대표들은 한결같이 우호 증진과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한국 조계종과 중국 임제종은 동근동조”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기념비로 한국 조계종과 중국 임제종이 동근동조(同根同祖, 한 뿌리 한 조상)임을 증명하고, 같은 법맥인 마조선사의 후손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며 “한중불교 교류 1700년과 한중수교 16주년을 맞이해 두 나라 불교 간의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하는 징표로 영원히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불교협회 회장 이청(一誠)스님도 “‘몇 세기가 한 순간에 담기고, 한 순간이 몇 세기를 담아낸다’라고 할 수 있는 중·한 양국불교계의 일대 거사이자 양국 불자들의 우의 증진에 있어 역사적인 의의를 지닌 행사”라며 “제막식을 계기로 서로 손을 잡고 조계법맥을 널리 알려 인류의 평화와 발전에 힘껏 공헌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고금동서가 둘이 아닌 찰나…활구 오롯이”
다른 한국과 중국 양측의 스님들도 역사적인 현장에 동참한 감회를 풀어놨다.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종산스님은 밀운스님이 대독한 축사에서 “이 순간이 바로 한중 불교 교류의 역사적 현장이니 이 자리가 바로 고금이 하나 되는 장소이고 동서가 둘이 아닌 찰나”라며 “후손들이 지금 세우는 바 없이 기념비를 세우니, 이는 서당지장 화상께서 전하는 바 없이 전하고 조사께서 받은 바 없이 받은 활구(活句)의 가르침을 오롯이 세우고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우민사 방장 춘이(純一)스님은 “중한 양국의 홍주, 조계의 선종문화의 교류가 더욱 번영하며 크나큰 성과를 이뤄 더욱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나갈 것임을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전날부터 꾸물꾸물하던 날씨는 이날 행사 직후 기어코 비를 뿌렸다. 장대 같은 비로 인해 행사장은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양국 사부대중은 도의조사가 먼 이 곳까지 와서 법을 구한 정신을 떠올리며 오롯하게 자리를 지켰다. 중국 측 인사들은 “중국에서는 귀한 손님이 집을 떠날 때 비나 눈이 온다고 한다”며 “한국에서 온 귀빈들을 하늘이 반기는 것”이라고 오히려 기뻐했다.
10월엔 광둥성 남화선사에 순례기념비 건립
이날 제막식은 조계종의 종조 선양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2004년부터 도의조사 다례재를 봉행한 데 이어, 2006년에는 조사가 40년 간 주석했던 양양 진전사를 복원했다. 더불어 오는 10월경에는 중국 광둥성 남화선사에 도의조사 순례기념비를 세울 계획이다.
총무부장 원학스님은 “앞으로도 종단은 총무원과 진전사에 종조의 영정을 조성해 봉안하고 진전사 본래 터로 여겨지는 삼층탑이 있는 자리에 근본도량을 복원하는 등 도의조사 현창사업을 계속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해, 원로의원 밀운·정무스님, 중앙종회의장 자승스님, 호계원장 법등스님, 대구 동화사 주지 허운스님, 제주 관음사 주지 원종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명성스님과 중앙종회의원스님, 종단 집행부 스님, 신도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중국불교협회장 이청스님, 우민사 방장 춘이스님, 궈웨이(郭偉) 중국 국가종교국 외교사 사장, 시에쇼치(謝秀琦) 장시성 민족종교사무국 국장과 광둥성 불교협회, 난창시 민족종교사무국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중국 난창=김하영 기자
사진 신재호 기자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