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은해사 평화방생순례
경북지역 대표사찰 은해사
5번째 교구본사 순례 거행
가을 재촉하는 ‘감로비’ 속
사부대중 1600여 명 동참
한국불교 중흥과 평화 염원
10월 화엄사서 순례 이어가

천년고찰 팔공산 은해사(銀海寺). 조선 31본산, 경북 5대 본산으로 꼽혔고 현재는 조계종 제10교구본사 자리를 지키는 경북지방 대표 사찰이다. 신라 진표율사는 ‘관견(觀見)’이라는 시에서 은해사를 “한 길 은색 세계가 마치 바다처럼 겹겹이 펼쳐져 있다”고 표현했다. 팔공산 곳곳에 있는 불보살들이 마치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 찬란하고 웅장한 모습이 극락정토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 바로 은해사다. 그리고 교구본사 가운데 본존불로 아미타불을 모시는 미타도량으로도 유명하다. 신라 41대 헌덕왕 1년(809년) 혜철국사가 해안평에 창건한 해안사로부터 은해사 역사가 시작된다. 현존하는 암자만 8개가 있고 말사 숫자가 50여 개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전국 각 교구본사를 찾아 평화방생순례를 이어가고 있는 상월결사(회주 자승스님)가 중수와 불사를 거듭하며 한국불교를 빛낸 여러 고승을 배출한 미타도량, 은해사를 찾아 주목된다. 상월결사는 가을을 재촉하는 감로비가 내리는 가운데 8월24일 은해사 일원에서 평화방생순례를 거행했다. 한국불교 중흥을 발원하고 상월선원 정신을 잇기 위한 이번 순례는 지난 3월 대흥사를 시작으로 4월 월정사, 5월 백양사, 7월 법주사 순례에 이어 5번째 교구본사 순례다.

이날 은해사 평화방생순례에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을 비롯해 동국대 이사장 성우스님, 건학위원장 돈관스님, 법주사 주지 정도스님, 동화사 주지 능종스님,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중앙종회 의장 정문스님과 중앙종회의원 30여 명, 불교신문 주간 오심스님, 교육원장 직무대행 서봉스님 등 스님을 비롯해 조계사와 봉은사, 도선사, 국제선센터, 대덕사, 안국선원, 전등사, 백담사, 보경사, 관촉사 등 전국 각지 사찰 신도들도 함께 했다. 또한 주윤식 조계종 중앙신도회장과 윤성이 동국대 총장, 이영경 와이즈캠퍼스 총장, 채석래 동국대 의료원장 등 재가단체 지도자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최기문 영천시장, 이만희 국회의원 등 지역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동참했다.
더욱이 45년간 길을 걸으며 진리를 설한 부처님처럼 인도와 네팔 불교성지를 도보로 순례하는 ‘상월결사, 부처님과 함께 걷다’가 내년 2월9일부터 3월23일까지 43일 일정으로 확정된 이후 처음 마련된 순례인 만큼 대장정을 앞둔 동참자들의 각오가 남다르다. 상월결사 인도도보순례는 2019년 상월선원 천막결사와 2020년 국난극복 자비순례, 2021년 삼보사찰 천리순례, 2022년 평화방생순례 등에 이어 부처님의 나라 인도에서 부처님처럼 직접 도보로 길을 걸으며 한국불교 중흥과 대한민국의 화합, 그리고 온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는 성지순례이기 때문이다.

은해사 평화방생순례는 이날 오전10시 은해사 템플스테이 운동장에서 총도감 호산스님의 사회로 입재식을 봉행하며 순례의 막이 올랐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동국대 건학위원장 돈관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씀을 통해 “내 안에서 생명이 자유로울 때, 내 앞의 생명을 키워내고 평화롭게 지켜줄 수 있다”면서 “마음의 방생을 바탕으로 하는 평화순례가 지대한 원력과 실천으로 이어지고, 뭇 생명과 함께 진정한 평화가 어우러져 시대에 맞는 수행과 신행문화가 정착돼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옳고 그름의 경계 속에서 집착과 번뇌를 내려놓고 끝없는 자비행을 실천해야 평화로운 세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오늘 팔공산 은해사 순례길을 걸으며 이를 잘 참구해 우리 사는 세상이 모두에게 정토로 열려지길 축원한다”고 덧붙였다.
은해사 조실 법타스님과 회주 돈명스님, 주지 덕조스님 등 사중 스님들은 환영인사 등을 통해 순례자들을 반겼다. 특히 은해사는 이날 입재식에서 동국대에 건학장학금 2000만 원, 상월결사에 인도순례 후원금을 전달하며 순례 의미를 더했다. 은해사 조실 법타스님은 환영사를 통해 “걷기 수행 행선으로 내 마음의 평화와 진정한 방생이 이뤄져 세계평화가 될 수 있도록 발원하길 바란다”면서 “더불어 ‘나는 누구인가’를 화두로 걸음마다 깨달음을 얻는 평화방생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당선인 진우스님도 이날 순례 입재식에 참석해 순례자들을 격려하고 평화순례의 의미를 되새겼다. 당선인 진우스님은 축사를 통해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께서 엄중한 시기에 불교의 위기를 느끼고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포교라는 기치를 내세운 것이 상월결사의 시작”이라며 “동참한 사부대중들은 순례에 만전을 기해 한국불교가 도약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상월결사 순례동참자들은 발원문 낭독을 통해 이날 순례의 의미와 각자의 서원을 되새겼다. 박봉규 은해사 신도회장이 대표로 낭독한 발원문을 통해 “강하고 약한 나라 모두가 분별과 차별이 없는 평화의 서원을 의지해 향기로운 정토로 나가는 마음의 평화방생을 원만 성취해 주소서”라고 서원했다.
입재식을 마친 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을 필두로 1600여 명의 사부대중은 본격적인 순례에 돌입했다. 무더위를 날린 이른 가을비 속에서도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마스크 쓰고 우의를 입은 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묵언 순례를 이어갔다.
첫 순례부터 동참했다는 전 영주 희방사 총무 혜장스님은 “도반들과 같은 목적으로 걸을 수 있어 올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면서 “더욱이 전쟁으로 고통 받은 여러 대중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포항 보경사 신도들과 함께 동참한 양혜선 씨는 “지난 법주사 순례에 처음으로 참여했는데,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어 다시 동참하게 됐다”면서 “20년 만에 찾은 백흥암을 참배하니 불자로서 환희심이 났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날 순례는 은해사 템플스테이 운동장을 출발해 산내 암자인 백흥암에 이르는 왕복 6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순례 절반 구간인 백흥암에서 이르자 휴식을 뒤로하고 참배에 나서는 순례자들의 얼굴에는 비와 땀으로 흠뻑 젖은 마스크 너머로 환희심이 가득하다. 순례에 이은 회향식에서는 불교중흥과 국가 화합,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방생축원을 마지막으로 오후12시50분께 회향했다. 상월결사 순례동참자들은 은해사 경내를 참배한 뒤 다음 순례지인 10월2일 제19교구본사 화엄사에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산문을 나섰다.








은해사=허정철 기자 박광호 대구경북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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