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고맙습니다. 4년 전 이맘때에도, 8년 전 이맘때에도, 오늘처럼 하늘은 푸르고 깊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은 경책하듯 마음 깊이 파고들어 성찰하는 시간으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오늘을 생각하니 들어서는 일도 물러나는 일도 다를 바 없이 모두 청명함 아래 있는 것 같아, 그때의 서원들 모두를 차례로 실천해 왔는지 요 며칠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고 있습니다. 물러나는 일은 ‘그저 조용할수록 좋겠구나’ 했으나, 오늘 자리처럼 또 한번 번거롭게 하고 말았습니다. 최근 ‘수고 많으셨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이 말은 내가 들어야 할 말이 아니라, 정작 내가 해야 할 말이라는 사실이 마음 깊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내가 바로 여러분에게 해주어야 할 말입니다. 더불어 여러분 서로가 서로에게 해야 할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모두에게 수고 많았다는 인사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봅니다. 집행부의 여러 종무기관과 중앙종회, 그리고 교구본사와 사찰 등, 모든 소임자들이 치열한 의견 속에서도 결국 종단안정과 중흥이라는 일심이 있었기에 여러 숙원들을 조화롭게 협의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총무원장의 힘도 능력도 아닌 모두의 합심이고 원력이었습니다. 종단의 안정과 화합, 종단발전이라는 종단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통의 인식으로 소통하면서 사부대중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종책적 과제를 실현하는 데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는 곧 어느 누구 개인도 아닌 종단의 위상이고 종단이 가져야 할 신뢰의 단단함이라 할 것입니다. 고마운 인연들이고 수고로운 공덕들이었습니다. 두고두고 고마운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퇴임하는 이 순간,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도 미련도 두지 않습니다. 일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또 그렇게 행해 가겠다는 매일 매일의 서원이 있었던 것이니, 모두가 널리 이해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부덕함도 부족함도 여러분의 덕분으로 잘 메워지며 좋은 순간들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웃는 모습만 기억으로 가져갈 것입니다. 아쉬움과 미련은 총무원 청사에 그대로 두고 갈 것이니, 종무원 여러분이 이런 아쉬움들을 앞일의 교훈으로 삼아 더 나은 종무행정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바라겠습니다. 우연히 8년 전 초기의 사진들을 보니, 세월이 제법 흘렀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솔직한 표현으로 많이 늙었다고 합니다. 세월에 따라 늙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냥 웃고 지나갈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는 만큼 내가 일생의 시간을 투여하는 만큼, 우리가 이루어낸 가치와 역할은 더 젊어져야 할 것입니다. 현시대에 우리가 성취해 가는 일이 젊어져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종단의 소명이고 사회가 원하는 역할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우리 사회에서 점점 더 젊어져서 건강해지고 그 역할은 점점 더 활발해져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간에 대한 각자의 노력에 대한, 허비하지 않고 아껴 쓴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도 세월에 대한 아쉬움도 미련도 가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나는 지난 시간 자동차에 앉아 운전대만 잡고 있었지 않았나 합니다. 오히려 여러분이 때에 따라 버스가 되어 많은 사람을 태워 편하게 건너게 해주고, 때로는 트럭이 되어 이웃과 사회의 무거운 짐을 실어 날라 주었으니, 수고로움과 공덕은 모두 여러분 것입니다. 나 역시 여러분 틈에 서있던 똑같은 구성원의 하나였을 뿐입니다. 청명한 하늘 아래로 하얀 구름도 선선한 바람도, 그리고 간간히 비를 내려주는 비구름마저도 그저 지나가는 시간으로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청명한 하늘은 언제나 푸르름 그대로 이고, 바로 우리 종단 그리고 사부대중의 올곧은 바탕입니다. 종단과 사부대중 모두 언제나 그대로입니다. 여러분의 노력으로 종단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소소할 수도 있지만 지난 8년의 공적이 있다면 이는 여러분 모두의 것입니다. 물러나는 길에 저는 지난 시간의 과오와 스스로의 경책만으로도 충분한 듯합니다. 새로움이란 언제나 반가움과 설레임을 동반합니다. 훌륭하신 분을 새로 모셨으니 더 나은 발전과 종단의 역사를 선명하게 새겨나가게 될 것입니다. 씨앗을 뿌리는 손길, 또 그 씨앗을 받아내어 뿌리를 내리게 하고 싹을 틔워내는 토양 모두 우리의 역할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종단을 위해 희생한다는 정신으로 봉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주인이다’는 신념으로 떳떳하고 바르게 임하여 희망의 앞날을 열어가기를 바라겠습니다. 종정예하와 원로 대종사의 지혜로움에 공경의 인사를 드리며, 이러한 덕화로써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축원합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