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6일 세계평화기원 무차대회
1700년 한국불교사 최대법회 성료

광복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세계 간화선 무차대회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봉행됐다. 이날 진제 종정예하는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유마거사의 말씀이 인류에게 장군죽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호 기자

종정예하 ‘참나’ 법문 간화선 진수

총무원장 ‘불교적 통일방안’ 선언

종로일대에선 연등회 장엄등 물결

한국불교 역사상 최대 규모 법회로 기대를 모은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세계 간화선 무차대회(이하 무차대회)’가 원만하게 회향했다. 5월16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은 전국에서 모인 31만 사부대중의 무차(無遮)의 서원으로 물들었다. 또한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사부대중의 웅장한 염불소리는 한국불교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지구촌 주요 종교지도자들은 세계평화기원선언을 통해 종교간 화합으로 인류에 희망을 선사하겠다고 다짐했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한반도 통일선언을 발표하며 남북통일을 위한 종단의 노력을 약속했다. 무차대회 주관자 진제법원 종정예하는 ‘참나’를 일깨우며 종단의 정통수행법인 간화선의 진수를 선보였다. 법문은 ‘스스로 부처이며 모두가 부처’라는 선언으로 갈무리됐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부처님의 가르침 아래서 ‘아무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었다.

땅거미가 질 무렵부터 이미 인산인해를 이뤘다. 31만. 광화문 앞부터 서울시청까지 2km에 달하는 광화문대로는 전국에서 찾아온 불자들로 넘쳐났다. 식전행사는 각국에서 찾아온 스님들의 담마토크, 풍물패와 무용단의 진혼제, 예불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수십만 명이 지극정성으로 외는 석가모니불 정근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오후 8시 법고 소리가 서울의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주요 내빈들이 광화문 앞에 마련된 특설도량에 올랐다. 이어 종단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인 진제 종정예하가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면서 본대회가 문을 열었다. 조계사에서 들려오는 평화의 타종(打鐘)은 영원한 안락과 행복을 바라는 일체중생의 간절한 마음을 묵직한 법음으로 전했다.

이어 한반도 통일을 향한 불교계의 발원을 천명하기 위해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연단에 섰다. 총무원장 스님은 ‘한반도 통일선언’을 발표하며 일심(一心)과 합심(合心)을 기반으로 한 불교적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민족동질성 회복과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는데 앞장서겠다”며 “한국불교는 공존, 상생, 합심의 통일논리에 따라 민족동질성 회복사업, 인도적 지원사업, 북한 불교문화재 복원사업을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로 “불자 여러분께서 통일을 향한 우리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달라”며 종단의 의지에 화답했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의의는 산중에서 은둔하던 선(禪)이 광장으로 내려와 소통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엔 진제 종정예하의 법어가 있었다. 5분간의 입정(入定)으로 거대한 침묵이 흐르던 찰나에 사자후가 터졌다.

종정예하는 평소 강조하는 ‘부모미생전 본래진면목(父母未生前 本來眞面目)’ 화두를 던지며 영원한 행복으로 가는 길인 ‘참나’에 대한 통찰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중국 당나라의 마조도일 선사와 재가(在家) 선지식이었던 방거사 가족의 일화를 소개하며 언어분별을 벗어난 격외(格外)의 경지를 드러냈다. 가벼움과 졸렬함이 미덕이 되어버린 세태에, 인생의 참다운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입전수수(入廛垂手)였다는 평가다.

특히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유마거사의 말씀이 인류에게 장군죽비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나 혼자만 구원 받으면 되고,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오늘의 사회풍조 속에서 인격도야의 실천행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울렸다. 종정예하는 무차대회 시작 직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광화문 분향소에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면서 법어를 행동으로 옮겼다.

마지막으로 무차대회는 해외 종교지도자들이 세계평화기원문을 낭독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이들은 세계평화기원문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 어떠한 폭력이나 배타적인 행위도 반대하며, 종교간 대화와 교류에 적극 협조하여 종교화합과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동대문~종로’ 행진 마친

국내외 10만명 연등행렬

광화문광장으로 합류

무차대회 의미 함께 나눠

한편 중요무형문화재이자 국민축제로 자리매김한 연등회도 내외국인들의 성원 속에 빛을 발했다. 동국대 운동장에서 출발한 연등행렬은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며 부처님의 자비광명을 만방에 전했다. 풍물패를 필두로 연등회의 시작을 알리는 깃발과 길을 인도하는 인로왕번, 동·서·남북·중앙 등 다섯 방향의 부처님을 상징하는 오방불번이 길을 열었다.

이어 황금빛으로 치장한 취타대와 전통의장대가 호위하는 가운데 아기부처님을 형상화한 연등이 등장했다. 연등의 개성과 기술력은 올해도 여전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타요버스’, ‘라바’ 등 만화캐릭터 연등이 눈길을 끌었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한국불교가 선사한 풍경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행진을 마친 연등의 물결은 광화문광장에 집결해 무차대회의 가치를 함께 나눴다. 연등회는 다음날 불교문화마당으로 이어져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재밋거리를 제공했다. 형형색색의 장엄등은 크고 화려했으며 사람들은 불빛 속에서 아름다웠다.

[불교신문3108호/2015년5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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