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불신,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 제4차 100인 대중공사 ‘현장’
개인에 대한 불신 간과하면
종단불신으로 비화될 수 있어
평상시 엄격한 법 적용 필요
선거투명성 확보 공영제 시행
시대에 걸맞은 청규 마련 등
신뢰회복 방안 쏟아져 나와

‘종단불신,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4차 100인 대중공사 모둠토론에서는 바람직한 승가상 확립, 수행풍토의 진작, 선거제도의 폐해 개선 등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종단 인사·사법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 많은 참가자들이 공감했다.
6모둠에서는 선거제도의 부작용과 인사제도의 개선, 사법풍토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계종 부산불교연합회 사무총장 목종스님은 “재가자들이 바라는 승가상은 청정한 수행자상과 사회적으로 힘이 되는 스님 두 가지다. 수행과 대사회적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없다”며 “현대사회에 바람직한 승가상에 대한 기준이 없는데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한 실천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종회 재정분과위원장 주경스님은 “스님들의 사고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회적 요구는 많은데 스님들의 교육체계와 사고방식은 고정돼 있다”며 “스님들이 사회적 역할이나 종단을 위한 역할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주경스님은 “사부대중 위의·청규 위원회에서 재가 불자들의 요구와 기준에 맞는 수행자 상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가불자들의 무분별한 폭로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자비명상 대표 마가스님은 “우리가 불신을 받는 것은 부처님의 길을 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면서도 “최근 재가불자들의 무분별한 종단 비판이 오히려 종단 불신을 키운다. 재가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승가와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다. 유지원 전북불교네트워크 대표도 “재가자들의 폭로전 형태의 문제제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합리적 문제제기와 함께 이를 받아서 해결하려는 ‘사부대중 공의제’와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거제도와 사법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선거제도가 적절치 않다. 선거제도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총림을 확대한 것은 돈 선거 관련 논란을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목종스님도 “선거보다는 고유의 전통에 따라 합의에 의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은 대불련 회장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종단에서 어떤 입장을 갖고 조치를 취하는지가 중요하다. 자칫 개인에 대한 불신이 종단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엄격한 법 적용을 강조했다.
5모둠에서도 선거제도와 스님들의 인식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됐다. 민학기 중앙신도회 부회장은 “선거제도는 승가 문화와 맞지 않다. 불가피하게 선거가 치러질 경우 선거인단을 확대하거나 선거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가자들의 선거관리 참여로 선거 폐해 문제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스님은 “법과 제도는 잘 마련되어 있지만 선거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선거관리가 잘 이뤄져 공정성,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제도는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모둠별 토론 내용 발표에서도 △사회문제 대응을 위한 연구소 설립 △승가교육 체계 확립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청규 마련 △종단 쇄신안 시행 △선거공영제 시행 △출가수행자의 위의 증진 △지도부의 포용 및 변혁적 리더십 △안정적 소임 보장을 위한 법계직무제도 시행 △주요 종책에 대한 신속한 해결 등을 종단 불신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4대 의제·10대 과제 빠른시일 내 실천”
총무원장 스님 ‘개혁의지’ 천명 모둠토론 현장.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100인 대중공사를 통해 지속적인 종단 쇄신과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양사 사건 이후 종단쇄신위원회가 제시했던 4대 의제, 10대 과제를 빠른 시일 내에 실천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지난 4월29일 서울 불광사에서 ‘종단불신,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4차 100인 대중공사 종합토론에서 이같이 밝혔다. 종단 수장으로서 종단 불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지속적인 쇄신과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였다.
총무원장 스님은 4차 대중공사에 대해 “참여하면서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다. 4차 대중공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총무원장이 큰 죄를 짊어지고 와서 추궁 받는 듯했다”며 “모둠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은 종단이 불신을 해소하고 새롭게 가고자 하는데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양사 사건 이후 자성과 쇄신 결사를 통해 추진했던 종단 변화가 지지부진한 현실에 대해 반성하며 100인 대중공사를 통해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2012년 백양사 사건 이후 쇄신위원회를 주축으로 종단의 부패한 관행을 극복하기 위해 수개월에 거쳐 공론을 모아 4대 의제, 10대 과제를 성안한 바 있다. 당시 성안된 의제와 과제는 종단의 의식 개혁을 비롯해 행정, 입법, 사법 등 전반의 영역에서 종단을 한 걸음 발전시킬 변화와 개혁의 과제였다”며 “그러나 지금 종단은 당시의 절박했던 쇄신과 개혁의 정신이 상당 부분 떨어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종단 소임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중공사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되새기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빠른 시일 내에 청규를 제정할 수 있도록 쇄신위원회를 통해 모아진 의견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4월27일 발표한 사찰재정 공개 추진계획도 3차 100인 대중공사의 성과로 꼽으며 함께 변화를 이끌어가자고 당부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주요 사찰 재정공개 선언은 사회로부터 지지와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우리가 이뤄낸 3월 대중공사의 소중한 결실”이라며 “공론을 모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종단에 대한 자존감을 가진다면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모두 자신감을 갖고 함께 종단 변화를 이끌어가자”고 당부했다.
“출재가 규범 준수
사회 참여 확대로
불교신뢰 회복해야”
조성택 교수 ‘불신 원인 분석’

“종단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종교가 권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사진>는 4월29일 서울 불광사에서 열린 제4차 100인 대중공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대중공사 브리핑에서 조성택 교수는 ‘종단에 대한 불신 - 그 역사적 원인과 맥락에 대한 고찰’에 대해 발표하며 종단불신의 원인을 분석했다. 조 교수는 “종교의 경우 불신은 ‘불신’의 문제와 ‘신뢰의 부재’의 문제로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불신은 종교 내부의 문제이며 신뢰의 부재는 종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련이 있다. 현재 종단 불신의 문제보다 사회적으로 불교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가톨릭의 경우 사제 등 성직자 개인에 대한 불신은 교단에 대한 불신과 구별된다. 반면 불교의 종단 불신은 출가자와 재가활동가 등 개인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며 “신뢰회복을 위해 출·재가자들의 도덕적 자질과 불교적 규범의 준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조 교수는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기독교가 서양 문물과 함께 들어왔다는 이유로 과학적인 종교로 인식됐던 반면 일본의 종교가 불교라는 이유로 한국불교는 외면을 받았다. 반면 오늘날 서양에서는 기독교가 미신으로 평가받고 불교가 과학적인 종교로 평가받고 있다”며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불신의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신뢰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조 교수는 △불교적 정체성에 입각한 사회 참여 △생태, 동성애, 낙태 문제 등 의제 선점으로 사회적 지도력 회복 △출가자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 확립 등을 제안하며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부처님의 권위는 깨달은 이후 실천에서 나온 것이다. 불신을 해소한다고 해서 (불교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 불신과 신뢰 부재의 문제 해결을 위해 불교가 실천을 통해 종교의 권위를 쌓아야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결사추진본부 총괄부장 가섭스님은 ‘종단불신, 원인과 논의방향’을 주제로 하는 발표에서 △세계관 △평등한 경제 △정치·사회적 평등 △공정한 사법 등을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제시하고, 한국사회가 저(低)신뢰 사회인 점, 불교가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풍토 위에서 형성된 점 등을 근거로 “종단불신의 원인은 이같은 사회적 맥락과도 연관된 문제”라고 밝혔다.
[불교신문3103호/2015년5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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